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입학·학사 특혜를 준 혐의를 받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사진)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무리한 영장 청구’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정석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5일 오전 1시께 최 전 총장의 영장을 기각했다. 한 부장판사는 “입학·학사관리에서 피의자(최 전 총장)의 위법한 지시나 공모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소명 정도에 비춰볼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유라 입학·학사비리’와 관련해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처음이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보강 수사 이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특검은 최 전 총장을 이화여대 학사 비리의 정점에 있는 인물로 판단했다. 최 전 총장이 김경숙 전 학장 등에게 정씨 특혜를 지시했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특검은 체면을 구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때처럼 확실한 증거가 없는데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최 전 총장을 지난 18일 소환 조사한 특검이 22일에서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처음부터 자신이 없지 않았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 전 총장 변호인인 한부환 변호사(법무법인 나라 소속)는 앞서 영장실질심사에서 “정씨의 특혜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부탁을 받은 김 전 학장이 주도한 것으로 최 전 총장과는 상관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날 최씨 체포영장을 집행해 강제 소환했다. 최씨는 특검 사무실에 불려 나오면서 작심한 듯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고 외쳤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 공동체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고성을 질렀다.

이상엽/박한신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