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아직 태권도·피아노 학원 다니니?" 강남·목동은 '아이돌 학원'이 대세
‘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요즘 유행은 ‘아이돌 조기교육’이다. 초등생을 둔 학부모의 문의가 급증하자 실용음악·무용학원들이 앞다퉈 어린이 전용반을 개설할 정도다. ‘춤과 노래를 잘해야 반에서 인기 있다’는 인식에다 높아진 연예인에 대한 갈망이 반영된 현상이다.

대치동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박모군은 지난달 한 실용음악학원의 ‘아이돌 베이직반’에 등록했다. 박모군의 어머니 김모씨(38)는 “태권도나 피아노에 흥미를 보이지 않던 아이가 아이돌 학원은 다니고 싶다고 해 등록했다”며 “춤과 노래를 배워두면 또래에게 인기도 얻고 자신감도 키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이돌 학원은 태권도·피아노 학원이 ‘대세’였던 예체능 사교육계에 새로운 선택지로 급부상했다. 강남의 한 실용음악학원 관계자는 “반년 전쯤까지만 해도 학부모 문의는 전혀 없었는데 최근에는 하루에도 여러 건씩 문의전화가 온다”며 “올해 처음으로 어린이 전용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이돌 학원의 수강료는 주 2회 총 4시간에 10만~20만원 선이다. 태권도, 피아노 학원비와 비교해 큰 차이가 안 난다. 가격에 비해 잠재적인 기대효과는 큰 편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생각이다. 우선 실용음악과 입시에 대비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2017년 대학교 정시모집에서 한양대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의 경쟁률은 200 대 1을 넘었다.

서울 목동의 학부모 A씨는 “대학에서 클래식 전공을 시키려면 수억원을 투자해야 한다”며 “이에 비해 아이돌 교육은 아이들도 관심 있어 하고 비용도 클래식에 비해 훨씬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아이돌 조기교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수업 태도가 좋던 아이가 아이돌 학원을 다닌 뒤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며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빨리 진로를 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배우·탤런트로 수입금액을 신고한 이들의 연평균 수입은 4300만원이다. 하지만 10명 중 9명의 한 달 평균 수입이 58만원에 그치는 등 직업 불안정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