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0년부터 상장사 절반 감사인 지정제 실시 "부실회계 원천 차단" vs "감사인 일률 지정은 문제"
입력2017.01.22 20:36
수정2017.01.23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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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상장기업 20여곳은 제외…분식회계·부실감사 제재도 강화
외부감사인 선임의 자유를 제한하는 회계제도 개편안이 전체 상장회사의 절반 가까운 기업으로 범위를 넓히자 주요 그룹 대부분의 상장계열사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이 자유롭게 선택해온 회계법인을 ‘9년에 3년씩’은 정부가 지정하는 회계법인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자산 규모가 큰 기업집단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감사인 지정을 강제할 수 있느냐도 논란거리다. 선택지정제를 포함한 지정제도 자체가 세계 주요국에서 검증된 적이 없는 제도라는 점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상장사 절반에 감사인 지정
정부는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막겠다는 목표로 기업의 회계관리 방식부터 감사인 선임, 제재 및 감리에 이르는 폭넓은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가장 큰 파장을 몰고올 부분은 선택지정제를 뼈대로 한 외부감사인 지정제 확대다. 정부는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 금융회사 등 전체 2000여개 상장사의 40%(약 800개)에 대해 선택지정제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자유롭게 6년간 감사인을 골랐다면 3년은 선택지정을 받아야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내년 초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돼 2020년부터 제도가 시행되면 선택지정제 대상 기업 중 2014년 이후 자유 선임을 해온 모든 기업은 당장 회계법인을 지정받아야 한다.
김태현 자본시장국장은 “굴지의 대기업과 국내 2위 회계법인이 부실회계·감사에 연루됐기 때문에 현행 감사인 선임제도를 대폭 손볼 수밖에 없었다”며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나 분식에 취약할 수 있는 회사는 자유선임을 못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전체 상장사의 40%는 이 같은 선택지정제로, 10%는 직권지정제(강제지정제)를 통해 관리하고 나머지 절반은 금감원의 감리를 강화해 부실회계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회계법인 차원에서는 제대로 검증된 회계법인만 상장회사를 감사할 수 있도록 ‘감사인 등록제’를 도입한다. 지금은 자본금 5억원 이상 등 형식적인 요건만 갖추면 상장회사를 감사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독립성 정보에 관한 관리체계 등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췄는지를 추가로 검증받아야 한다.
◆“잘하는 기업 규제할 당위성 없다”
분식회계나 부실감사를 했을 때 제재 수준도 대폭 강화된다. 과징금 부과 기준은 회사의 경우 현행 분식금액의 10%에서 20%로, 감사인은 감사 보수의 2배에서 5배로 높아지고 부과 상한(20억원)도 폐지된다. 형사처벌 역시 5~7년에서 10년으로 징역 상한이 높아지고 벌금도 함께 내야 한다. 감독 차원에서는 감리 주기를 10년으로 줄이고 금감원에 ‘자료제출요구권’ ‘계좌추적권’ 등의 권한도 새로 부여하기로 했다.
상장회사들은 “경제적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로 규제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경제적인 영향이 큰 만큼 회계 인프라 역시 잘 갖춰진 기업이 많은데도 이를 감안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거래과정과 전산 인프라가 복잡한 기업이 많아 잦은 감사인 교체에 따른 첫 감사의 위험성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기업 IR(기업설명) 담당자는 “정말 선택지정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면 외부감사인의 전문성과 독립성에 문제가 있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기업을 추려서 적용하는 게 상식적”이라며 “국제적으로 검증된 적도 없는 제도를 대부분의 대기업에 적용한다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는 다음달 상장사 등을 상대로 공청회를 열어 방안을 확정하고 2분기에는 입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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