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서울대·교육부 폐지만 능사일까…'미래투자 공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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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약, 선명성보다 '실현가능성' 중요
"교육만 건드려선 해결 안돼…전체시스템 고민해야"
"교육만 건드려선 해결 안돼…전체시스템 고민해야"
[ 김봉구 기자 ] 최근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교육공약의 키워드는 ‘폐지’다. 서울대 폐지, 교육부 해체, 사교육 금지 등이 눈에 띈다. 색깔이 선명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제는 실현가능성이다. 고등교육 관계자들은 “교육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안으로 제시된 국·공립대 연합체제 구축,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주장해 온 일부 전문가도 “서울대 폐지나 교육부 폐지와는 결이 다른 얘기”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학벌 문제는 교육 분야만 메스로 도려내는 건 의미 없다고 했다. 고용 상황, 인구구조 변화 등과 맞물린 사안으로 종합 처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 서울대·교육부·사교육 폐지…"없애자" 주장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대 폐지를 들고 나왔다. 국공립대를 연합체제로 묶어 대학서열화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그러려면 학벌구조 정점에 있는 서울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리 1~13대학 식으로 국공립대 통합캠퍼스를 운영하는 프랑스 모델과 닮았다. 객관식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폐지하고 서술형 위주 자격고사를 도입하자는 주장 역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가 연상된다.
교육부 폐지도 내걸었다. 대신 분권·자치 중심 ‘교육협치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박 시장만의 생각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마련한 차기 정부 조직개편안에도 교육부를 폐지하고 합의제 행정기구인 국가교육위를 설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부터 언급한 방안과 흡사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국공립대 공동입학 및 공동학위제를 제안했다. 전국 국공립대를 묶어 연합대학 체제를 구축하자는 것. 박 시장의 서울대 폐지론과 대동소이하다. 단 문 전 대표는 “서울대 폐지가 아니라 지방 국공립대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여권 주자 중에선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공약이 구체적이다. 지방선거에서 ‘사교육 금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을 내놨다.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입법 의사도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대입 법제화’를 공약에 담았다. 정권이나 장관이 바뀌어도 대입에 함부로 손 못 대게 하겠다는 뜻이다. 입시 안정성에 초점을 맞췄다.
◆ '사이다' 공약? "내용은 재탕·삼탕 골라잡아"
시원스레 없애거나 뜯어고치겠다는 ‘사이다’ 공약들이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독창적이지 않다. 국공립대 연합체제, 국가교육위 등은 야권과 시민·교육단체에서 주장해 오던 내용들이다. 나쁘게 말하면 재탕, 삼탕인 정책 중 하나를 골라잡은 격이다. 대선주자의 구체적 고민이 담겼다고 보긴 어렵다.
관련 연구를 해온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공립대 연합체제는 서울대 폐지가 아니고 국가교육위도 교육부 폐지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서울대를 제외한 다른 국공립대를 정책적으로 키워야 하며 교육정책 설계는 국가교육위가, 집행은 교육부가 맡아 이원화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제기는 인정하되 구체적 실현가능성을 논의,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터트리기용 공약이 되어선 곤란하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학벌 문제는 교육 분야만 손댄다고 해답이 안 나온다. 좋은 대학 졸업해야 좋은 직장 취업하는 고용 상황을 떼어놓고 풀 수 있겠느냐”라고 짚었다.
교육부 폐지론에 대해서도 “교육부 스스로 각성하고 개혁해야 하겠지만 관건은 독립성 확보다. 만약 위원회가 대통령 추천, 여야 추천 위원 등으로 꾸려지면 그게 가능할까”라고 반문했다. 배 교수는 “해양경찰청 해체 후 어떻게 됐나. 폐지 선언에 앞서 세부 내용과 후속방안을 다듬어 공약을 내놔야 할 것이다”라고 주문했다.
◆ 투자 우선…정밀한 미래예측·모델 검토 필요
교육공약은 보다 넓어지고 깊어져야 한다. 예상 문제점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미래지향적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제시된 공약들은 재원 투입, 인프라 확충 고민보다는 제도를 손보는 데 역점을 뒀다. 교육계 인사들은 “이리저리 교육을 뜯어고쳐 지지를 얻으려는 선정적 공약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유기풍 전 서강대 총장은 “서울대 폐지 같은 과격한 주장보다는 시스템적 개편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재정 지원이 서울대에 몰렸다. 다른 국공립대에 꾸준히 재원을 투입해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상진 교수도 “결국 예산 문제다. 이미 국회에 제출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정되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라고 부연했다.
학벌과 사교육 문제가 지금 수준으로 유지될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통계청의 최근 ‘장래인구 추계’ 자료를 보면 대학에 진학하는 만18세 인구는 2015년 66만 명에서 2020년 51만 명으로 급감한다. 입시경쟁이 완화될 여지가 있다.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은 앞으로 학벌의 효용성이 떨어져 사교육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롤모델도 정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박원순 시장이 지향하는 듯한 프랑스 모델에는 ‘대학 위의 대학’이라 불리는 그랑제콜이 존재한다. 학벌 해체는커녕 심각한 학벌고착화 사례로 비판받았다. 유 전 총장은 “각 지역 중심대학이 자리잡고 있는 독일·일본 모델을 참고할 만하다”고 귀띔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특히 대안으로 제시된 국·공립대 연합체제 구축,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주장해 온 일부 전문가도 “서울대 폐지나 교육부 폐지와는 결이 다른 얘기”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학벌 문제는 교육 분야만 메스로 도려내는 건 의미 없다고 했다. 고용 상황, 인구구조 변화 등과 맞물린 사안으로 종합 처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 서울대·교육부·사교육 폐지…"없애자" 주장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대 폐지를 들고 나왔다. 국공립대를 연합체제로 묶어 대학서열화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그러려면 학벌구조 정점에 있는 서울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리 1~13대학 식으로 국공립대 통합캠퍼스를 운영하는 프랑스 모델과 닮았다. 객관식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폐지하고 서술형 위주 자격고사를 도입하자는 주장 역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가 연상된다.
교육부 폐지도 내걸었다. 대신 분권·자치 중심 ‘교육협치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박 시장만의 생각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마련한 차기 정부 조직개편안에도 교육부를 폐지하고 합의제 행정기구인 국가교육위를 설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부터 언급한 방안과 흡사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국공립대 공동입학 및 공동학위제를 제안했다. 전국 국공립대를 묶어 연합대학 체제를 구축하자는 것. 박 시장의 서울대 폐지론과 대동소이하다. 단 문 전 대표는 “서울대 폐지가 아니라 지방 국공립대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여권 주자 중에선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공약이 구체적이다. 지방선거에서 ‘사교육 금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을 내놨다.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입법 의사도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대입 법제화’를 공약에 담았다. 정권이나 장관이 바뀌어도 대입에 함부로 손 못 대게 하겠다는 뜻이다. 입시 안정성에 초점을 맞췄다.
◆ '사이다' 공약? "내용은 재탕·삼탕 골라잡아"
시원스레 없애거나 뜯어고치겠다는 ‘사이다’ 공약들이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독창적이지 않다. 국공립대 연합체제, 국가교육위 등은 야권과 시민·교육단체에서 주장해 오던 내용들이다. 나쁘게 말하면 재탕, 삼탕인 정책 중 하나를 골라잡은 격이다. 대선주자의 구체적 고민이 담겼다고 보긴 어렵다.
관련 연구를 해온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공립대 연합체제는 서울대 폐지가 아니고 국가교육위도 교육부 폐지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서울대를 제외한 다른 국공립대를 정책적으로 키워야 하며 교육정책 설계는 국가교육위가, 집행은 교육부가 맡아 이원화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제기는 인정하되 구체적 실현가능성을 논의,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터트리기용 공약이 되어선 곤란하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학벌 문제는 교육 분야만 손댄다고 해답이 안 나온다. 좋은 대학 졸업해야 좋은 직장 취업하는 고용 상황을 떼어놓고 풀 수 있겠느냐”라고 짚었다.
교육부 폐지론에 대해서도 “교육부 스스로 각성하고 개혁해야 하겠지만 관건은 독립성 확보다. 만약 위원회가 대통령 추천, 여야 추천 위원 등으로 꾸려지면 그게 가능할까”라고 반문했다. 배 교수는 “해양경찰청 해체 후 어떻게 됐나. 폐지 선언에 앞서 세부 내용과 후속방안을 다듬어 공약을 내놔야 할 것이다”라고 주문했다.
◆ 투자 우선…정밀한 미래예측·모델 검토 필요
교육공약은 보다 넓어지고 깊어져야 한다. 예상 문제점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미래지향적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제시된 공약들은 재원 투입, 인프라 확충 고민보다는 제도를 손보는 데 역점을 뒀다. 교육계 인사들은 “이리저리 교육을 뜯어고쳐 지지를 얻으려는 선정적 공약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유기풍 전 서강대 총장은 “서울대 폐지 같은 과격한 주장보다는 시스템적 개편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재정 지원이 서울대에 몰렸다. 다른 국공립대에 꾸준히 재원을 투입해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상진 교수도 “결국 예산 문제다. 이미 국회에 제출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정되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라고 부연했다.
학벌과 사교육 문제가 지금 수준으로 유지될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통계청의 최근 ‘장래인구 추계’ 자료를 보면 대학에 진학하는 만18세 인구는 2015년 66만 명에서 2020년 51만 명으로 급감한다. 입시경쟁이 완화될 여지가 있다.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은 앞으로 학벌의 효용성이 떨어져 사교육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롤모델도 정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박원순 시장이 지향하는 듯한 프랑스 모델에는 ‘대학 위의 대학’이라 불리는 그랑제콜이 존재한다. 학벌 해체는커녕 심각한 학벌고착화 사례로 비판받았다. 유 전 총장은 “각 지역 중심대학이 자리잡고 있는 독일·일본 모델을 참고할 만하다”고 귀띔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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