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앨라배마·조지아 공장 투자"
트럼프 압박에 선제조치 나선 듯
독일 BMW는 멕시코 공장 설립 강행
현대차와 기아차는 기존 앨라배마 및 조지아 공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31억달러는 미국 공장의 시설 투자와 신차, 친환경차 개발 등을 위한 연구개발(R&D) 등에 주로 투입될 것이라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제2공장 설립 여부도 검토 중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차량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신규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기아차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앨라배마 공장은 총 17억달러를 투자해 2005년 완공했다. 생산 차종은 쏘나타와 아반떼, 싼타페 등 3종이다. 연간 생산능력은 37만대다. 기아차는 2007년 12억달러를 들여 조지아 공장을 완공했다. 생산 차종은 K5와 쏘렌토이며 연간 34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두 공장 모두 30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5년 미국에 제2공장 신설을 검토했으나 잠정 중단한 상태다. 대신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던 싼타페 물량을 지난해 7월부터 앨라배마 공장으로 이전시켜 늘어나고 있는 SUV 수요에 대응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가동률이 100%를 넘기 때문에 수요가 향후 크게 늘면 신규 공장 건설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기아차 측은 멕시코에 추가 투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 내 일자리나 공장을 멕시코로 옮길 계획도 없다고 했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공장 투자 규모는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울산, 아산, 화성 등 국내 공장에 연간 12조5000억원가량 투자하고 있다.
◆자동차 투자 블랙홀 된 미국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미국 내 투자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GM은 미시간주 등에 10억달러를 투자해 일자리 7000개를 창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GM은 지난해 멕시코에서 제조한 자동차 40만대를 미국으로 들여와 판매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멕시코 등 국외에서 제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자동차에 35%에 이르는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일(20일)이 다가오자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도요타 등은 미국 내 공장 건설을 포함한 일자리 창출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은 GM을 직접 겨냥해 지난 11일 “GM도 뒤따르길 바란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압박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15일 독일 빌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멕시코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고자 한다면 35%의 국경세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독일 자동차업계로 공세 범위를 확대했다. 2019년까지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시에 BMW 3시리즈 모델 생산시설을 마련하겠다는 BMW 등을 미국 투자 압박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 엄포에 미국 내 공장 투자 계획을 속속 밝힌 미국, 일본 자동차업계와 달리 BMW는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강행하겠다고 즉각 응수했다.
반면 트럼프 압박에 포드는 멕시코에 16억달러를 들여 공장을 건설하겠다던 계획을 철회하고 대신 미시간 공장에 7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미시간과 오하이오 생산시설에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5년간 100억달러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 다임러도 앨라배마 공장의 SUV 생산을 확대하는 데 13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장창민/이정선/강현우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