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전 당시 33세이던 클라우스 슈바프 제네바대 교수가 스위스 쿠르에서 유럽경영포럼으로 시작한 이 포럼은 1981년 스키휴양도시인 다보스로 개최 장소를 옮겼고 1987년엔 세계경제포럼(WEF)으로 공식 명칭을 바꿨다. 다보스포럼의 성공은 무엇보다 세계 정치인과 재계 인사들이 사교관계를 맺는 네트워킹 기회를 만든 데 있다. 이 포럼에 초대받아야 세계적인 정치리더 반열에 오르는 것이라고 마케팅했고 그런 정치인을 만나기 위해 각국 재계 인사들이 오도록 했다. 글로벌 인맥 쌓기라는 니즈와 고급 지식이라는 허영심을 자극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아젠다 제시나 영향력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슈바프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이란 아젠다를 꺼내긴 했지만 오히려 로봇 등의 노동대체로 일자리가 급감할 것이라는 나이브한 예견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허영의 전시장’이란 비판도 많이 듣는다. 참가비가 7만달러가 넘고 기업회원으로 가입하려면 60만프랑(약 7억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유럽의회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 대표나 정치인이 주주 또는 유권자 동의 없이 참가 결정을 내리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내정된 스티브 배넌도 “‘다보스당’은 보통 사람과 민족국가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근본 없는 글로벌 엘리트 집단”이라고까지 비난했을 정도다.
올해 한국 참가자는 많이 줄었다. 정부에서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재계에선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 사장 등이 참석했다. 전경련이 매년 개최하던 ‘한국의 밤’ 행사도 8년 만에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잘된 결정이다. 한국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거나 정권 실세를 보내왔다. 그게 다 허영이었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