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은 지 벌써 열흘이 더 지났고 이제 곧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이다.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에서는 설날을 맞아 기쁘게 고향을 찾는 가족과 친척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지만 그리 밝지 않은 표정들이다. 지난해 무더위와 가뭄, 태풍 피해로 작물의 작황이 좋지 않아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해 농촌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축산농가에는 AI가 발생해 가금류 3161만마리를 매몰처분했는데 이 중 산란계가 2300만마리, 산란종계는 43만7000마리나 돼 경제적 손실이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정청탁금지법으로 관공서의 인사철에 축하 난이나 화환을 거의 보내지 않아 꽃집 매출이 감소해 화훼 농가의 시름 또한 깊다.

경기 침체와 부정청탁금지법으로 인해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백화점 등에서는 값싼 수입 농축산물 선물세트를 내놔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도시민들이 우리 농축산물로 설날 선물을 하고 차례상을 차린다면 어려운 농촌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농업인들의 처진 어깨를 활짝 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입 농축산물 선물세트보다 우리 농축산물 선물세트로 마음을 전하는 게 설날 고유의 미풍양속을 되살리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특히 우리 농축산물은 고향의 맛과 향수가 담겨 받는 사람도 기쁘고 주는 사람 역시 행복하다.

우리 농축산물이 수입 과일, 수입 나물, 수입 고기 등에 밀려 명절 선물과 차례상마저 내준다면 언젠가는 우리 땅에서 우리 농축산물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 농축산물로 선물과 차례상을 준비한다면 어려운 농촌경제에 활력이 솟고 도시와 농촌, 도시인과 농업인이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 간에 고향의 따뜻한 정이 오가는 설 명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호 <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