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출처=백악관 인스타그램)
오바마 대통령(출처=백악관 인스타그램)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을 약 열흘 앞두고 고별 연설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 10일 오후(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이주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수천명이 모인 가운데 고별연설을 했다.

이날 "당신들이 나를 더 좋은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로 시작해 "인생을 살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면 비범한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적이 수없이 많다"며 "변화란 보통 사람이 참여하고 관심을 가지고 요구했을 때 일어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인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정책)’, ‘동성결혼 합법화’ 등을 나열하며 "내가 미국을 위해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 미국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미국은 일부가 아닌 모든 이들을 감싸 안는 설립자들의 신조를 바탕으로 이를 계속해서 넓혀가는 진보적인 신념으로 오랜 역사를 이뤄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할 수 있다, 해냈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오바마 정권에 레임덕이란 없었다. 오바마의 대통령 고별연설 행사는 무료로 진행됐지만 선착순으로 배포된 입장권이 2시간30분 만에 전석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암표는 인터넷에서 최고 5000달러에 거래될 정도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실천한 소통 정치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많은 감동을 줬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역사를 연 오바마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단 한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차별과 편견을 딛고 최고 통치자에 올랐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흑인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 차별과 억업을 당하고 있지만 누구도 오바마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출처=백악관 인스타그램)
오바마 대통령(출처=백악관 인스타그램)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대다수 국민들은 '한국은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나라'라는 점에서 크나큰 자긍심을 가졌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오히려 여권 신장의 걸림돌이 되었다고 최근 논평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여성은 지도자로서는 부적합하다는 편견을 공고히 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보도였다.

안 그래도 한국은 양성평등 순위가 115위(2015년 기준, 145개 국가 중)로 낮은 국가 중 하나인데 여성 대통령으로 인해 양성평등이 더 후퇴할 빌미를 준 것이다.

취임때 모습과는 달리 폭삭 늙어버린 오바마와 더욱 젊고 탱탱해진 박근혜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차이점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겠지만 지지율의 차이가 우리가 처한 현실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조사에서 역대 최저치인 4%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지율 60%에 육박하며 행복한 임기 말을 맞고 있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수치로 반영된 것이 지지율이라고 볼 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두 대통령 간의 신뢰도 격차는 국민들의 자긍심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청와대 공식 블로그
출처=청와대 공식 블로그
오바마 대통령의 "대통령으로 마지막 부탁을 하고자 한다"면서 "여러분의 변화 능력을 믿어라.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우리는 이뤄냈다(Yes We Did).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며 2008년 대선 구호를 다시 외치며 박수와 함성 속에 무대를 내려갔다.

박대통령은 지난 2013년 취임사에서 "각종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겠다"고 공언했지만 '최순실 국정 개입' 관련 수많은 혐의에 연루돼 현재 대통령 직무정지 한달째를 맞았다.

국민들은 힘든 경제위기 상황 속 자신의 가계 챙기기에 바쁜 와중에도 국정농단을 비판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느라 주말마다 엄청난 인적 물적 자원을 소비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심판 일정 이후에도 조기대선 등으로 정계는 조용할 날이 없을 것이 자명하다.

2만명이 넘는 지지자가 끝없이 기립 박수를 치자 대통령이 그만 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을 한다. 그럼에도 박수가 계속되자 "아무도 나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을 보니 레임덕이 맞다"고 농담을 하는 오바마. "4년 더 대통령을 해달라"는 외침에 "난 못한다"며 웃음짓는 우리도 그런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