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1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영국 재계 관계자들이 주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영국의 법인세율을 세계 경제 상위 20개국 중 최저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2006년 30%였던 법인세율을 2020년까지 17%로 떨어뜨리기로 했는데 이보다 더 내리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35% 법인세율을 15%까지 떨어뜨리겠다는 파격적인 구상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증세를 논하는 한국과 달리 세계 각국은 어떻게 하면 세율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대변혁 시대…다시 시작이다] "기업들 오라"…세계는 지금 감세·규제완화 경쟁 중
◆감세는 세계 트렌드

회계법인 KPMG에 따르면 2006년부터 작년까지 11년 사이 세계 116개국 가운데 법인세율을 높인 나라는 칠레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등 7개국뿐이다. 영국(-10%포인트) 캐나다(-9.6%포인트) 독일(-8.62%포인트) 일본(-8.43%포인트) 중국(-8%포인트) 등 61개국은 법인세율을 낮췄다. 그 결과 이 기간 세계 평균 세율은 27.5%에서 23.6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세율은 27.67%에서 24.85%로 떨어졌다.

각국이 기업에 세금을 더 걷지 않으려 애쓰는 이유는 기업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다. 자국 기업의 해외 생산공장을 다시 본국으로 불러들이고(리쇼어링) ‘세금 쇼핑’을 하는 해외 기업에 투자 매력을 돋보이게 하려는 행위다.

영국의 감세 노력은 유럽 내 기업 유치를 놓고 경쟁하는 아일랜드(법인세율 12.5%)를 의식한 것이다. 미국도 연방정부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10.6%)이 낮아 트럼프 공약대로 15%는 무리더라도 단계적으로 25% 정도까지는 세율을 낮출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마저 감세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영업세와 증치세(增値稅·부가가치세)를 부가세로 통합해 기업의 세금 부담을 크게 줄였다. 올해 부가세와 소비세를 추가로 인하하고 사회보험료도 떨어뜨릴 계획이다.

◆기업 유치 경쟁 심화

주요국의 감세 경쟁은 보호무역주의적인 태도와 같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수입은 규제하고 수출은 장려하는 중상주의적인 경제관이다. 이 때문에 기업 유치에 도움이 되는 규제는 대폭 풀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는 경향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은 자국 장비산업을 키우기 위해 국산 장비를 쓰도록 독려하면서도 기업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18개 각종 기금 징수를 폐지하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떨어뜨리고 있다. 대(對) 중국 보복관세를 주장하는 트럼프가 동시에 셰일오일·가스 개발 등에 관해서는 대대적 규제 완화를 예고한 것도 그런 사례다.

향후 먹거리가 될 핀테크(금융+기술)나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자들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지 말고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많은 나라가 공감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