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삼성미술관 리움에 전시될 김환기의 ‘영원의 노래’.
오는 4월 삼성미술관 리움에 전시될 김환기의 ‘영원의 노래’.
정선·앤디 워홀·김환기…새해 화단 '별들의 전쟁'
새해에도 국내 화단의 ‘그림 잔치’는 계속된다. 김환기와 단색화 열풍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전시를 미뤘던 국내 인기 작가 초대전, 해외 유명 작가 개인전이 대거 열릴 전망이다. 주요 화랑과 미술관은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를 비롯해 김환기, 류경채, 박현기, 권영우, 앤디 워홀(미국), 프랑수아 모렐레(프랑스), 폴 매카시(영국), 니유위(중국), 와타나베 노부코(일본) 등 국내외 인기 작가 200여명을 선발해 라인업을 꾸렸다. 올해는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가계부채 우려가 커 미술경기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할 전망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조금씩 살아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박우홍 한국화랑협회장은 “올해는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 미술시장의 활력이 되살아나 국내 미술시장으로 점차 옮겨질 것”이라며 “저평가된 국내외 유망 작가 작품을 모을 기회”라고 말했다.

◆줄 잇는 단색화 전시

대형 화랑은 미술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미술 애호가를 흥분시킬 만한 중견·원로·작고 작가의 다채로운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최대 화랑인 갤러리 현대는 이달 중순 ‘토종’ 비디오 아티스트 박현기 회고전을 열어 생전 활동상과 주요 작품을 보여 줄 예정이다. 3월에는 미국 ‘개념미술의 총아’ 라이언 갠더의 작품을 소개하고, 4~5월에는 프랑스 ‘네온아트’의 선구자 프랑수아 모렐레 1주기전을 마련한다.

국제갤러리는 올해도 단색화에 매기가 붙을 것으로 보고 다양한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오는 20일 박서보 개인전(영국 런던 화이트큐브갤러리)을 시작으로 권영우 개인전(3월·서울), ‘단색화’전(9월·중국 상하이 유즈미술관)을 잇달아 열어 국내외 컬렉터를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학고재화랑은 국내 단색화 열풍의 바통을 이어받을 ‘포스트단색화’와 민중미술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에서 주목받는 포스트단색화 화가 오세열의 개인전(2월)과 인물화전(9월)을 차례로 열어 지난 30여년의 작품 활동을 총정리한다. 또 현실 참여 작가 손장섭(5월)과 송창(8~9월)의 개인전을 통해 민중미술의 시장 진입 가능성을 살필 예정이다.

중견 화랑들은 조선시대 거장은 물론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유망 작가들의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노화랑은 다음달 초 정선과 김홍도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 ‘블루칩’ 작가 작품을 한데 모아 한국미술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선화랑은 여성 단색화 화가 이정지를 비롯해 김정수 김재학 전명자의 개인전을 잇달아 열어 198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프리즘을 펼쳐보인다. 아라리오갤러리(와타나베 노부코) 청작화랑(김영숙) 바톤갤러리(조제 오스볼트) 청화랑(임만혁) 리안갤러리(토니 베반) 박여숙화랑(최정화) 이화익갤러리(설원기) 등도 국내외 유망 작가의 신작을 건다.


◆리움, 김환기 대규모 기획전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
국내 주요 미술관도 미술 애호가의 눈과 마음을 풍성하게 해줄 전망이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4~8월 한국 현대미술 대표 화가로 꼽히는 김환기의 대규모 회고전을 열어 그의 엄격하고 절제된 조형성을 탐색한다. 9~12월에는 미술관 개관 후 첫 서예전을 마련해 추사 김정희를 비롯해 서예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서예의 미를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6월 서울관에서 ‘앤디 워홀-그림자들’ 전을 펼치고 워홀이 1978년 제작한 ‘그림자들’ 연작 102점을 건다. 4~7월에는 덕수궁관에서 ‘예술이 자유가 될 때-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전을 열어 1930년대 이후 이집트 아방가르드 예술운동의 궤적을 탐색한다. 11월에는 과천관에서 한국과 영국 상호 교류의 해를 맞아 리처드 해밀턴(1928~1987) 회고전을 연다. 아트선재센터(장영혜중공업) 사비나미술관(유현미) 금호미술관(윤동천) 서울미술관(사임당, 그녀의 화원) 등도 다채로운 기획전을 마련한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은 “미술관은 작품 해설을 들으며 감상할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이라며 “새해에는 눈도 즐겁고 문화적 소양도 쌓을 수 있는 다채로운 전시를 즐기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