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서 삼성·LG 악수를 보고 싶다
지난해 11월 찾은 베이징에서 한국 기업의 간판은 찾기 힘들었다. 중국인들의 손에도 삼성, LG 스마트폰이 아니라 애플 화웨이 샤오미의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화웨이 BYD DJI 등의 본사에서 만난 중국 기업의 경영진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한국 기업, 한국 기술과 경쟁할 때가 됐다는 표정이었다.

중국 기업들의 기세는 오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 더 강하게 표출될 전망이다. 올해 CES에선 참여업체의 3분의 1 이상이 중국 기업이다. 화웨이의 리처드 유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기업 CEO로는 처음 기조연설에 나선다.

지난 10여년간 CES의 터줏대감은 삼성과 LG였다. 하지만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가 어느새 퇴조한 것처럼 삼성, LG도 점차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삼성과 LG는 지난 50여년간 전자산업 곳곳에서 사투를 펼쳐 왔다. LG와 삼성의 경쟁은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뒷받침했던 삼성SDI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도 세계적인 부품사가 됐다. 기술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고 있다. 세계 시장은 포화 상태로 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어느덧 버거운 경쟁자로 떠올랐다. 경쟁구도가 바뀌면서 LG와 삼성의 반목은 한국 기업들의 도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 이제는 한국 기업들이 경쟁과 동시에 보완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2017년은 그 기념비적인 첫해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는 처음으로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다. 삼성전자 TV에도 LG디스플레이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이 쓰일 가능성이 높다. 갤럭시노트7 사태와 일본 샤프의 TV 패널 공급 중단이 계기가 됐다. 양사의 협력은 한국에 더 많은 일자리와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마침 이번 CES엔 삼성전자 TV 사업을 이끄는 김현석 사장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모두 참석한다. 협력 물꼬를 트는 두 사람이 이번 CES를 삼성과 LG의 화해 무대로 만들었으면 한다. 두 사람은 만나라. 악수하라. 그리고 반목했던 지난 50년을 뒤로 하고 한국 전자산업의 백년대계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