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꿈틀 대는 용의 등에 올라탄 신선처럼…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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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대만 이야기
대리석만 팔아도 3년은 먹고살 수 있다는
원주민 도시 화롄
창자처럼 빙빙 돌고 강물같이
굽이 도는 기묘한 절경 타이루거 협곡
대만의 뒤뜰, 동부
싼셴타이, 석양이 아름다운 구름다리…
신선이 노닐던 전설의 산책로
타이동, 고개만 돌리면 숲과 바다…
21㎞ 자전거 도로 타고 시내 일주
대리석만 팔아도 3년은 먹고살 수 있다는
원주민 도시 화롄
창자처럼 빙빙 돌고 강물같이
굽이 도는 기묘한 절경 타이루거 협곡
대만의 뒤뜰, 동부
싼셴타이, 석양이 아름다운 구름다리…
신선이 노닐던 전설의 산책로
타이동, 고개만 돌리면 숲과 바다…
21㎞ 자전거 도로 타고 시내 일주

대리석과 원주민이 환영하는 화롄

화롄 기차역을 나서자 하얀 대리석 보도블록이 시선을 끌었다. 대리석 본고장답게 거리의 벤치마저 대리석이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원주민의 거리 공연도 이색적이었다. 여기서 원주민이란 한족(漢族)이 대만으로 이전하기 전부터 살던 말레이계 소수민족을 말한다. 인구 11만명의 화롄에는 아미족(阿美族), 타이야족(泰雅族)등 8000여명의 원주민이 살고 있는데 아미족이 대부분이다. 아미족은 지금도 고유의 춤과 노래, 축제 등 전통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타이완의 유명 가수 중에 아미족이 유난히 많다고 한다.
자연이 빚은 절경, 타이루거 협곡
노란 택시를 타고 타이루거 입구에 이르렀다. 타이루거는 타이야족 추장 타로코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문을 지나면 중앙 산맥에서 태평양으로 흐르는 격류가 만들어 낸 대리석 협곡이 펼쳐질 터였다. 해발고도 3000m, 길이 20㎞에 이르는 기암절벽 사이로 고속도로가 끊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이어진다. 현지인들은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중부고속도로를 누비기도 하지만, 여행객들은 주로 택시 투어를 이용한다. 택시 투어란 기사가 가이드를 겸하면서 타이루거 협곡을 구석구석 안내해 주는 1일 투어를 말한다.
타이루거를 지나면 사카당 보도다. 아타얄족 말로 ‘어금니’란 뜻을 지닌 사카당 보도는 자연적으로 생긴 절벽 사이의 좁은 길을 삽과 곡괭이로 파내려가 넓게 만든 것이다. 원래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길이었으나 일제 강점기 일본군들이 원주민을 감시하기 위해 보다 넓게 만들었다고 한다. 걷다가 위를 올려다보면 대리석 협곡이 펼쳐지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강이 흘렀다.
“여기서는 안전모를 써야 해요! 머리 위로 돌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택

‘창자처럼 빙빙 돌아, 강물같이 굽이 돌아 인간은 마침내 하늘을 능가하는 기묘한 형세를 만들었다.’ 그제야 4년간 매일 5000명이 넘는 인부들이 끈 하나에 매달려 곡괭이로 대리석을 뚫었을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 터널 공사 중 212명이 목숨을 잃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사당 ‘창춘츠’를 만들었다. 깎아지른 절벽에 세워진 사당 아래로는 폭포가 아득하게 흘러내린다.
어느새 절벽이 은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흰 대리석이 유난히 많은 협곡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빨간 다리와 정자가 놓여 있었다. 빨간 다리를 건너 흰 대리석 기둥에 빨간 지붕을 씌운 정자에 올랐다. 삼라만상을 빨아들일 듯 끝없이 펼쳐진 협곡에서 불어온 바람이 살포시 어깨를 감쌌다. 마치 먼 길을 돌아 어머니 품에 돌아온 자식을 감싸듯. 그러고 보니 정자 이름이 ‘자애로운 어머니’란 뜻의 ‘츠무팅(慈母停)’이었다.
바다와 숲에 안긴 소도시, 타이동
화롄에서 기차로 두 시간 반만 가면 타이동이 나온다. 타이동은 타이베이나 가오슝 등 다른 도시에 비해 개발이 더뎌 풍요로운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도심에서도 고개를 돌리면 숲이요 바다다. 여기에 자전거 도로 21㎞가 시내를 빙 두른다.


싼셴타이는 사진으로 본 모습보다 더 웅장하게 다가왔다. 어디가 하늘인지 어디가 바다인지 구분이 어려울 만큼 푸른 풍경이 펼쳐지고 용이 꿈틀거리는 듯한 모습의 여덟 개의 아치는 한 편의 그림같다. 아치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바다를 건너는 기분은 마치 용을 타고 바다 위를 건너는 듯했다. 다리 위에서 바다를 보니 거대한 파도가 부채처럼 펼쳐졌다 사라졌다. 해변의 검은 돌은 파도와 부딪혀 경쾌한 소리를 냈다.

우지경 여행작가 traveletter@naver.com
여행 메모
한국에서 대만은 약 2시간30분 거리다. 인천은 물론 김포 부산 대구에서도 타이베이까지 대한한공, 아시아나, 티웨이, 제주항공, 이스타 등 직항이 많다. 타이베이에서 화롄이나 타이동으로 가려면 타이베이역에서 기차를 타면 된다. 타이베이 기차역에서 화롄까지는 하루 30편의 열차가 운행하며 세 시간 걸린다. 화롄에서 타이동도 세 시간 정도 걸리며 하루 19편의 기차가 있다. 주말엔 홈페이지(railway.gov.tw)에서 예매하는 편이 안전하다. 타이동 시내에서 싼쏀타이로 이동할 때는 하오싱(好行) 버스를 이용하면 원하는 곳에 내렸다 탈 수 있다. 단 배차 간격이 넓으니 관광 안내센터나 버스 기사에게 시간표를 받아 확인하고 이동하는 게 좋다. 시차는 한국보다 한 시간 늦고 통화는 타이완달러(1TWD=37.23원)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