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새 컬렉션 미리 공개
"시간·장소 제약없는 온라인은 새로운 기회"
토리버치·디올도 온라인 부티크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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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인 2016년. 브랜드 출시 160년을 맞았을 때 버버리가 공들여 준비한 것은 영상이었다. ‘토머스 버버리의 이야기’라는 3분짜리 영화를 제작했다. 아시프 카파디아 감독이 스피커폰을 잡고 영화 ‘스파이 브릿지’를 집필한 작가 맷 차먼이 대본을 썼다. 출연진도 화려했다. 배우 시에나 밀러와 도미닉 웨스트, 도널 글리슨, 릴리 제임스가 등장했다. 배우들은 토머스 버버리의 삶과 버버리 대표 제품인 ‘버버리 코트’가 탄생한 스토리 등을 연기했다. 이 영상을 버버리 온라인 홈페이지 버버리닷컴에 공개했다. 버버리 관계자는 “쇼룸 런웨이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던 시절은 지났다”며 “시간·장소 제약이 없는 온라인은 새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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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방식대로라면 2017년 9월 패션쇼에서 선보일 봄·여름 컬렉션 디자인은 5월에 시작되지만 올해는 1월부터 진행한다. 디자인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공급업체에 생산 마감일과 소요시간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전달해 제조 과정의 효율성을 높인다. 샘플 제작 일정도 빨라졌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런웨이 쇼를 통해 샘플이 최초로 공개됐다. 지금은 광고 캠페인과 잡지 화보 등의 촬영을 위해 쇼 진행 3개월 전 샘플을 제작한다. 패션쇼가 시작되기 전, 영상 및 캠페인 티저 자료를 미리 배포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새로운 컬렉션을 먼저 보여준다. 정규 패션쇼도 SNS에서 생중계한다. 쇼에서 제품이 공개되면 즉시 세계 버버리 매장으로 제품을 보낸다. 이들 제품은 빠르면 3일 안에 전 세계에 배치된다. 버버리가 이 시스템을 선보인 뒤 톰포드, 랄프로렌, 타미 힐피커 등의 브랜드도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판매 시스템을 재편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업체들은 온라인몰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길 정도로 부정적이었다”며 “최근 명품 브랜드에서도 온라인 혁신 사례가 나오면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몰에서는 제품을 즉시 보여줄 수 있고 브랜드 소식도 시시각각 알릴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온라인몰을 활용하면 병행수입과 가짜 상품을 막을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명품시장이 앞으로 크게 성장하긴 어렵지만 온라인 채널 판매는 2020년까지 연평균 15%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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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