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빌딩 거래 '한파'…매각 연기 물량 1조
시중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 11월 이후 국내 대형 오피스빌딩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 기관투자가들 사이에 국내 상업용 오피스빌딩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내년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인트러스투자운용은 서울 서린동 알파빌딩의 지분 투자자를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800억~900억원대로 추산되는 이 건물은 도이치자산운용이 2010년부터 보유하고 있다. 올해 수차례 매각 시도 끝에 11월 인트러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정작 투자자가 모이지 않고 있다.

외국계 운용사인 AEW캐피털도 자사가 보유한 서울 저동 씨티센터타워에 대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난달 초 삼성SRA를 선정해 연내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해를 넘기게 됐다. 업계는 이 건물 가치를 2500억~2600억원 선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최종 매각이 내년으로 미뤄지거나 거래 작업이 중단된 대형 오피스빌딩 물량은 줄잡아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피스빌딩 거래가 경색된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국내 시중금리가 단기간에 치솟았기 때문이다. 오피스 대출금리의 기준점이 되는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7월 말 연 1.25%에 불과했지만 최근 연 1.90%까지 급등했다.

국내 대형 오피스빌딩을 사고팔 때 운용사들이 일으키는 대출 규모(담보인정비율·LTV)는 총 거래 가격의 50~60% 선이다. 나머지 자금은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조달한다. 국고채 금리 격차가 0.5%포인트가량 발생한 9월 말(연 1.38%)과 11월 말(연 1.90%)을 비교하면 금융회사에 지급해야 할 대출이자는 연 2%대 후반(5년 만기 기준)에서 3%대 중반까지 올랐다. 부동산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오피스 빌딩에 직접 돈을 넣는 투자자의 기대수익률은 기존 연 6~7%대지만, 금리 인상의 지렛대 효과를 반영하면 연 1%포인트 이상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당초 싱가포르계 ARA애셋매니지먼트가 9월 초 인수키로 한 판교 알파리움타워(6000억원대)도 매각 측인 알파돔시티가 거래 완료 목표를 내년 1월로 미뤘다. 외국계 부동산 투자운용사인 안젤로고든이 투자한 서울 상암동 디지털드림타워도 거래 완료 목표 시점을 올해 말에서 3개월여 뒤로 미뤘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