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으로 찍은 닭그림
목판으로 찍은 닭그림
병신년(丙申年)은 지지 신금(申金)이 내함하고 있는 귀신의 의미가 극명하게 드러난 해였다. 온갖 요괴와 귀신이 요동치고 장난질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놀랄 만한 일이 많이 발생하고, 세상에 알려졌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 역시 어렵고 힘들기는 마찬가지겠지만 병신년과는 달리 천간 정화(丁火)가 지지 유금(酉金)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국운은 많이 나아질 전망이다. 정유년의 丁은 음화(陰火)이며 네 번째 천간이다. 병화(丙火)와는 달리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불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만물이 크게 성하는 때를 나타낸다. 丁은 계절로는 여름, 방향으로는 남쪽, 색깔로는 붉은 색, 오상(五常)으로는 예(禮)를 나타낸다. ‘설문해자’에 따르면 “丁은 여름에 만물이 왕성하다”는 뜻이다. 이런 丁자가 후대로 오면서 뜻이 바뀌어 번성함, 씩씩함, 일꾼, 장정, 병정, 사내, 젊은이 등의 의미도 아울러 가지게 된 것이다.

열두 띠 동물 중 닭의 신(酉神)을 그린 만봉 스님의 그림.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열두 띠 동물 중 닭의 신(酉神)을 그린 만봉 스님의 그림.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이렇게 본다면 2017년의 국운은 왕성한 의욕과 젊음을 가진 중장년층이 주도할 것이며, 대한민국은 그들에 의해 자신감과 활력을 회복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장정다운 기개와 도덕성을 견지하면서 현실적 사고를 할 줄 알고, 또 천간 丁火의 도움을 많이 받는 지역의 인물이 당선될 것으로 생각된다.

丁火는 이념이나 대의명분보다 실리·실속을 중시한다. 丁火는 丙火와는 다르게 밤이 돼야 찬란한 빛을 발하고, 캄캄한 어둠일수록 휘황한 빛을 낸다. 따라서 정유년에는 병신년에 희미하게 윤곽만 드러났던 정책이나 논의들이 구체화되고 현실화될 것 같다.

정유년의 지지 유(酉)는 음금(陰金)으로서 방향은 정서(正西) 쪽이고, 색깔은 백색, 해당하는 절기는 음력 8월이다. 시간으로는 오후 5~7시, 오장으로는 폐, 동물로는 닭이다. ‘설문해자’에 따르면 酉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과 ‘가을의 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서, 만물이 성숙하고 바뀌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올해 국내 정치는 국가의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조하고 전 정권의 적폐를 척결하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할애할 것이고, 경제는 병신년에 비해 외형적 발전은 없어도 내적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특히 귀금속·총포·금융·의료·미용 계통의 산업이나 주류·발효식품 및 장류(醬類)·닭고기와 관련한 산업이 활기를 띨 것 같다.

정유년은 병신년과 달리 천간 정화가 자신의 힘을 어느 정도 발휘할 수 있는 해다. 지지 酉가 정화의 장생지이고, 정유년은 또 명리학에서 최고 길신(吉神)으로서 온갖 재앙을 소멸시킨다는 천을귀인(天乙貴人)과 교육·학문을 관장하는 문창성(文昌星)의 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결혼이 예년보다 증가하고, 나라를 빛내는 영재가 많이 나오리라 예견된다. 또 인문학·사회과학 분야에서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연구를 발표해 세간에 주목받는 젊은 학자와 연구원이 많이 등장할 것이다. 생명공학·의학·약학 등의 분야에서도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는 청장년의 연구 성과물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유금(酉金)은 묘목(卯木)과 상극하고 충돌하려는 경향이 강한 지지다. 병기나 무기 및 심판·결판과 같이 강한 살기(殺氣)와 부정적 기운을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이를 감안하면 2017년은 일본·미국과의 관계가 경색되고, 국내적으로는 동·서 지역 간, 보수와 진보 간, 젊은 층과 노인 간, 종교 간, 북한·미국 간의 갈등이 심각할 정도로 표출될 것 같다. 그렇다고 나쁜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혁명은 지지 酉金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과거의 잘못된 법이나 관행 및 악습을 과감하게 혁파해 특권이 없는 사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해가 될 것이다.

정유년은 천간 정화가 지지 신금을 극(克)하여 명리학적으로 편재(偏財)가 되지만, 지지를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편관(偏官)이 되는 해다. 편관은 일명 칠살(七殺)이라고도 부르는데 음양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 관성이다. 이렇게 보면 정유년은 관성(官星)의 해가 돼 대한민국이 강한 관성 기운의 지배하에 들어가므로 국민의 마음 역시 이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자꾸 따지고 그것을 행동으로 표출하게 된다. 전국적 촛불시위나 노조 파업, 새누리당의 분당 사태 등은 이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관성이 강해지는 반면 국민의 경제활동은 위축돼 바닥을 걷게 된다.

2017년 정유년 한 해 동안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인 많은 변화가 일겠지만, 그 변화가 국민 간의 갈등과 대립을 진정으로 해소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할까 염려된다. 이는 인간의 문명을 상징하고 어둠을 밝히는 역할을 다해야 하는 정화가 아홉 번째 천간인 임수(壬水)와 음란지합(淫亂之合)을 해 자신의 책무를 소홀히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7년 대한민국은 법과 제도를 새롭게 바꾸고 정비해 권력형 부정과 비리가 발붙일 수 없고 사람들 누구나 노력한 만큼 대접받고 사는, 그리하여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나라를 만드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이런 희망을 ‘주역’의 ‘건괘·문언전’에 나오는 “참된 유익함이란 옳은 일들이 어울린 것”이라는 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운은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운과 많은 연관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2017년에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의 운이 왕운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역학으로 본 2017]  "광명의 해 정유년…기개와 도덕성 갖춘 인물이 대통령 될 것"
‘주역’에 따르면 2017년 정유년은 강성한 힘을 올바로 행사할 때만이 이롭다는 것을 상징하는 뇌천대장괘(雷天大壯卦)에 해당한다. 군자는 그래서 예(禮)에 맞지 않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뇌천대장괘는 자신의 강한 힘만 믿고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 되고 정도를 지켜야만 길하게 됨을 강조하고 있다. 새해의 국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는 국민 모두가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고통과 눈물, 인내와 기다림, ‘자기중심적인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와 믿음이 전제된다. 신비주의 철학자 잘랄루딘 루미는 이렇게 말했다. “악마를 보지 못했다면 그대 자신의 자아를 보라.”

송인창 < 대전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