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가방 판매 시들…명품업체, 신발로 돌파구
샤넬 구찌 등 명품 패션업체들이 신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등 악재로 실적 부진을 겪은 명품 패션업체들이 신발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업체 샤넬은 올해 하와이 부티크 한 곳을 신발 전용 매장으로 개편했다. 구찌는 밀라노 매장 입구에 신발 부스를 새롭게 설치했다. 이탈리아의 보테가 베네타는 세계 250개 매장 중 20% 정도에서 신발 비중을 늘렸다.

업체들은 명품 품목 중 신발 판매만 증가하자 신발 사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명품업계의 신발 매출은 2013년 이후 2년간 23% 늘었다. 같은 기간 명품시장 성장률 15%를 웃돌았다. 프라다는 작년 가죽 제품 매출이 2014년에 비해 6% 감소했지만 신발 매출은 20% 뛰었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유럽 테러와 중국·러시아 경기 침체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올해 명품 구매가 작년에 비해 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이후 명품 구매가 줄어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 될 확률이 높다. 반면 신발산업은 향후 5년간 매년 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는 내다봤다. 또 신발이 전체 명품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 정도여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명품 하면 가방을 먼저 떠올린다. 구매도 마찬가지다. 다음이 옷과 신발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소비자가 비싼 가방 구매를 꺼리기 시작하자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신발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신발을 주력으로 내세운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미켈레 노르사는 “불황은 충동적 신발 구매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