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혈연 아니어도 괜찮아" 가족 설계자가 된 사람들
가족은 이제 더 이상 ‘피로 맺어진 직계 존비속’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엄격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아이들의 모습으로 대표되던 전통적 가족의 형상은 이미 파괴됐다.

부서진 형상의 터엔 새로운 ‘가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집만 함께 공유하는 하우스메이트, 여성으로만 구성된 대가족,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통한 편모 가정의 연대, 연애는 하되 함께 살지는 않는 커플 등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가 날마다 새롭게 탄생한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벨라 드파울루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에서 자발적으로 새로운 가족과 집을 선택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미국에 사는 19~91세 남녀 400여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했고, 이 중 수십 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했다.

저자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평범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유사가족이나 결손가정과 같은 가치판단적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평범하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을 평범하게 서술했기에 비범하다는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가족을 꾸리려 하지 않음을 강조한다. 책 속 주인공들은 공동체를 구성하고자 하는 욕구와 고독을 즐기고자 하는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고 싶어 하고, 이를 위해 각자의 삶에 맞는 ‘가족의 설계자’가 된다.

20대 초반의 여성은 출퇴근 편의를 위해 남자 셋, 여자 한 명이 사는 집의 세탁실용 방에서 사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이혼 후 아들과 혼자 살던 여성은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싱글맘을 찾아 ‘싱글맘들만의 가정’을 꾸리고, 나아가 싱글맘들이 소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구축에 나선다. 요양 시설에서 만나 황혼의 연애를 즐기는 80대 노년 커플은 서로의 생활 방식 차이 때문에 같이 살진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사이다.

저자는 “생활공간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고 역설한다. “다음 세대의 생활공간을 개척하는 선구자는 바로 당신일지 모른다”는 화두도 던진다. 가족의 변신은 이제 특정 계층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가족 형태의 변화가 불러올 사회 및 시장의 변화를 살피고 싶다면 읽어볼 만하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