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자기 위치 지키기'의 위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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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목장
김형숙 < 서울 금천구립 금나래도서관장 >
김형숙 < 서울 금천구립 금나래도서관장 >
![[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자기 위치 지키기'의 위대함](https://img.hankyung.com/photo/201612/AA.13061480.1.jpg)
《희망의 목장》은 쓸모가 사라진 자리에서 생명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이다. ‘살아 숨 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의미가 있고 없고는 어떻게 구분할까.’ 어린이에게는 다소 어려운 주제일 수 있지만 ‘생명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가장 근원적이고 단순한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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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자기 위치 지키기'의 위대함](https://img.hankyung.com/photo/201612/AA.13061475.1.jpg)
작가는 소치기의 덤덤한 목소리를 과장 없이 담아낸다. 그동안 목장의 소는 인간의 맛있는 음식이 되기 위해 살고 죽었다. 인간이 정한 소의 운명이다. 이제 소들은 먹거리의 쓸모가 사라졌다. 그래도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에 소들은 물 먹고, 밥 먹고, 똥 누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소치기는 스스로 묻는다. “팔지 못한 소를 계속 돌보는 일은 의미가 없을까. 어리석은 일일까.” 그러고는 소들을 향해 얘기한다. “얘들아, 많이 먹고 똥 누거라. 그래도 돼, 그게 너희 일이니까. 내일도 모레도 밥 줄게, 나는 소치기니까. 언제까지나 너희와 함께 여기 있을 거란다. 의미가 있든 없든 상관없어.”
화가 요시다 히사노리는 인적 끊긴 마을의 풍경과 소치기의 반복되는 고된 일상, 그의 복잡하고 단단한 내면을 토속적인 화풍으로 표현한다. 무시무시한 재난의 현장에서 살아남으려는 강인한 생명력을 피부로 와 닿게 한다. 소들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이 목장을 ‘희망의 목장’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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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숙 < 서울 금천구립 금나래도서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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