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일 대표 "서점의 주인은 책과 독자…내 집같이 꾸며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내 최대 서점 리노베이션한 영풍문고 최영일 대표
최대규모 종로점, 45만권 보유
정보가 살아 숨쉬는 공간 유지
알라딘·YES24와 협업 유지
최대규모 종로점, 45만권 보유
정보가 살아 숨쉬는 공간 유지
알라딘·YES24와 협업 유지
“책을 파는 사람이라고 해서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절대 아니에요. 저만 해도 애서가(愛書家)라고 하기엔 책을 너무 안 읽거든요. 책장수는 책이라는 아날로그 보물이 담긴 공간을 파는 사람입니다. 좋은 책을 쓰고, 펴내고, 즐기는 사람을 모두 모이게 하는 장소를 운영하는 게 제 일이거든요.”
최영일 영풍문고 대표(사진)는 지난 19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9월 리노베이션한 종각 본점만 하더라도 국내 오프라인 서점 중 최대 규모인 1만585㎡, 최다 서적(약 45만권)을 자랑한다”며 “매출과 인지도에서 라이벌인 교보문고에 뒤진다 하더라도 영풍문고가 ‘서점다운 서점’이란 점에서는 결코 부끄럽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가 처음부터 서점 운영에 몸담았던 건 아니다. 그는 원래 콘텐츠업계에서 약 30년 동안 일하다가 지난해 5월 영풍문고 대표로 영입됐다. 동국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이스트미시간대에서 국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초대 대표로 임명됐고,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사장과 오로라월드 대표, 대원미디어 자문 등을 지냈다.
그는 “콘텐츠사업을 오래 한 경험이 서점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어차피 이 일이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허브와 같은 역할이기 때문에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서점 모두를 아울러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 오프라인 대형 서점 1위 교보문고에 밀려 오랫동안 ‘2등의 설움’을 겪은 데 대해서도 담담히 설명했다. “매출 규모나 인지도로 따질 때 교보문고가 영풍문고보다 앞서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게 맞습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 솔직히 인정하는 게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 꼭 필요하죠. 영풍문고는 상권 분석에 매우 취약했습니다. 교보문고가 종각과 광화문을 넘어 강남, 각지의 대형 쇼핑몰 등 새롭게 떠오르는 상권을 파고드는 동안 영풍문고는 지나치게 안주하는 경향이 강했죠.”
최 대표는 “영풍문고가 1992년부터 지금까지 24년 동안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영풍스러움’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영풍스러움’이란 언제 오든 한결같고, ‘내 집 같은 서점’의 모습으로 다양한 책을 즐기도록 하는 정신이다. “종각 본점을 리노베이션할 때 기존 문구류와 장난감, 전자제품 코너를 확 줄였습니다. 인테리어 변경 때 기존 가구도 별로 바꾸지 않았고요. 서점의 진정한 주인은 책과 독자잖아요. 이른바 ‘베스트셀러 매대 판매’도 많이 하지 않는 편입니다. 대신 그 자리에 다른 서점에선 보기 어려운 개성 있는 작품들을 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영풍문고는 온라인 부문은 알라딘, 예스24와 협업하고 있다. 최 대표는 “온라인 서점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야 영풍문고만의 오프라인 서점 중심 경영이 가능하다”며 “영풍문고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종이책에는 전자책이나 컴퓨터에선 얻을 수 없는 특유의 느낌이 있어요. 게다가 종이책에서 얻는 기본 지식이 없으면 구글과 같은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자료 검색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머리에 지식이 있어야 검색도 가능하거든요. 영풍문고는 책을 비롯해 정보가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가 공존하는 곳으로 계속 성장해나갈 겁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최영일 영풍문고 대표(사진)는 지난 19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9월 리노베이션한 종각 본점만 하더라도 국내 오프라인 서점 중 최대 규모인 1만585㎡, 최다 서적(약 45만권)을 자랑한다”며 “매출과 인지도에서 라이벌인 교보문고에 뒤진다 하더라도 영풍문고가 ‘서점다운 서점’이란 점에서는 결코 부끄럽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가 처음부터 서점 운영에 몸담았던 건 아니다. 그는 원래 콘텐츠업계에서 약 30년 동안 일하다가 지난해 5월 영풍문고 대표로 영입됐다. 동국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이스트미시간대에서 국제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초대 대표로 임명됐고,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사장과 오로라월드 대표, 대원미디어 자문 등을 지냈다.
그는 “콘텐츠사업을 오래 한 경험이 서점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어차피 이 일이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허브와 같은 역할이기 때문에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서점 모두를 아울러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 오프라인 대형 서점 1위 교보문고에 밀려 오랫동안 ‘2등의 설움’을 겪은 데 대해서도 담담히 설명했다. “매출 규모나 인지도로 따질 때 교보문고가 영풍문고보다 앞서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게 맞습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 솔직히 인정하는 게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 꼭 필요하죠. 영풍문고는 상권 분석에 매우 취약했습니다. 교보문고가 종각과 광화문을 넘어 강남, 각지의 대형 쇼핑몰 등 새롭게 떠오르는 상권을 파고드는 동안 영풍문고는 지나치게 안주하는 경향이 강했죠.”
최 대표는 “영풍문고가 1992년부터 지금까지 24년 동안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영풍스러움’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영풍스러움’이란 언제 오든 한결같고, ‘내 집 같은 서점’의 모습으로 다양한 책을 즐기도록 하는 정신이다. “종각 본점을 리노베이션할 때 기존 문구류와 장난감, 전자제품 코너를 확 줄였습니다. 인테리어 변경 때 기존 가구도 별로 바꾸지 않았고요. 서점의 진정한 주인은 책과 독자잖아요. 이른바 ‘베스트셀러 매대 판매’도 많이 하지 않는 편입니다. 대신 그 자리에 다른 서점에선 보기 어려운 개성 있는 작품들을 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영풍문고는 온라인 부문은 알라딘, 예스24와 협업하고 있다. 최 대표는 “온라인 서점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야 영풍문고만의 오프라인 서점 중심 경영이 가능하다”며 “영풍문고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종이책에는 전자책이나 컴퓨터에선 얻을 수 없는 특유의 느낌이 있어요. 게다가 종이책에서 얻는 기본 지식이 없으면 구글과 같은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자료 검색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머리에 지식이 있어야 검색도 가능하거든요. 영풍문고는 책을 비롯해 정보가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가 공존하는 곳으로 계속 성장해나갈 겁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