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치광이 행세'는 고도의 노림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사진)가 냉전시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을 외교전략에 활용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치광이처럼 행동해 상대에게 공포를 유발하고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WP는 최근 대(對)중국·러시아 행보와 외교라인 인선이 트럼프 당선자의 전략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중국 군함이 최근 남중국해상에서 미 수중 드론을 나포하자 “훔친 드론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이례적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수중 드론을 나포한 지 닷새 만에 반환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뒤흔든 것, 친(親)러시아 성향의 렉스 틸러슨 전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를 국무장관으로 발탁해 러시아와의 친선을 도모하는 것도 이 이론으로 설명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과 선임국장에 닉슨 행정부에서 일한 캐슬린 맥파런드와 모니카 크롤리를 각각 임명한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WP는 “트럼프는 자신이 예측 불가한 언행을 저지르고 전통적 국제규범을 무시한다는 점을 외교정책에서 활용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적국을 불안하게 하고 위협해 양보를 끌어내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닉슨 전 대통령은 미치광이 이론을 현실 외교정책에 적용한 선구자다. 그는 1969년 10월 유럽과 동아시아, 중동 각지 미 주둔군에 핵전쟁 경계령을 내렸다. 닉슨 전 대통령은 “공산주의에 강박증이 있고 화가 나서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고 핵단추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는 소문도 퍼뜨렸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