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내외 경기·금융시장 대예측 세미나’에서는 글로벌 환율 전망이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강(强)달러 현상이 이어지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달러화가 점차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간 자금 흐름과 환율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은 “내년 1월20일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글로벌 환율전쟁과 보호무역주의 물결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특히 중국, 한국 등 대(對)미국 무역흑자국을 중심으로 통상과 평가절상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지금의 강달러 현상과 사뭇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금리 인상 분위기가 살아있는 내년 상반기(이르면 1분기)까지는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트럼프 정부 목표인 ‘손상된 국익 회복’과 ‘보호주의 강화’ 그리고 ‘경기 회복’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한 논설위원은 강달러가 미국 경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Fed)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를 인용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성장은 0.75%포인트 하락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 중국 등 대미 무역흑자국을 중심으로 평가절상 압력이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정택 대외경제연구원 원장의 시각도 비슷했다. 그는 “미국 금리 인상 및 국채 발행 증가에 따른 강달러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한국을 포함해 미국이 환율조작국 후보로 지목한 국가에 대해선 시차를 두고 통화 절상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역시 “단기적으론 달러화 가치 상승, 중장기적으론 달러화 가치 하락을 예상한다”고 예상했다.

2017년은 유로화 등 주요국 통화에도 격변의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특히 유로화는 1999년 도입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3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이 시작되고 유럽 각지에서 극우파 정당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올라 ‘1달러=1유로’ 등가 수준이 붕괴되면 유럽 각국에서 독자적 통화 사용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각국 통화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다. 한 논설위원은 “각국 중앙은행은 종전과 다른 제3의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채 위주로 왜곡된 수급 구조를 풀기 위해 기한을 정해 국채 매도 물량을 수요에 맞춰 조절해나가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추진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