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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간 선명성 경쟁이 치열하다. 두 사람은 연일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선 ‘반헌법적, 초법적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통령 탄핵 정국 초기부터 이 시장이 ‘하야, 대통령 퇴진’ 등 주장을 하며 치고 나오자 문 전 대표도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 전 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하면 어쩌나”라는 질문에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런 결정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답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7일 “새로운 세상은 정치인에게만 맡겨선 가능할 수 없다”며 “이번에는 시민혁명을 완성하자”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촛불혁명이 한국을 바꾸고 있다. 정권교체는 물론 구시대를 청산하고 구체제를 혁파할 절호의 기회”라며 “반칙과 특권, 기득권 질서를 해체하고 사회의 극심한 불평등, 불공정, 부정부패를 대청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폐기론’도 내놨다.

그는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 국군통수권 회수’, ‘탄핵안 가결 뒤 대통령 즉각 퇴진’ 등 발언으로 논란을 낳았다.
[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더 센 발언 경쟁 나선 문재인-이재명
이 시장은 17일 대전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 “아버지는 탱크 몰고 쿠테타를 일으켰고, 박근혜는 그 속에서 영부인 노릇을 했다”며 “새누리당은 광주시민을 죽이고 권력을 찬탈한 세력의 후예자들인데 결코 물러날 사람들이 아니다”고 했다. 또 “삼성 이재용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하고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며 “최순실에게 돈을 갖다 바친 재벌 모두를 구속시키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올 때 수갑을 채워 서울구치소로 가는 것을 온 국민이 봐야 한다. 황교안 총리는 양심이 있으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국민의당은 견제에 나섰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19일 논평을 내고 “문 전 대표가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는 개헌에 반대하면서 혁명은 해야 한다는 정치적, 논리적 모순도 아랑곳하지 않는 선동적인 발언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 전 대표는 무책임한 반(反)정치적 선동으로 정치에 대한 혐오와 반감만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서 ‘혁명’발언에 대해 “있어서는 안 될 상황을 가정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지만 지극히 위험하다”며 “광장의 분노가 혼란과 불안으로 이어지면 안된다”고 했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은 이미 ‘고구마-사이다’ 논쟁으로 한번 붙은 바 있다. 문 전 대표가 “이재명은 사이다, 문재인은 고구마”라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이 시장이 촛불 정국에서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가장 먼저 주장하며 시원하다는 뜻의 사이다라는 별명을 얻자, 고구마는 배를 채울 수 있지만 사이다는 음료수일 뿐이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이 시장의 인기는 한때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대중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지지율이 오르자, 다른 주자들이 더 자극적인 발언을 내놓는 일이 대선판에서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선 주자간 정책 경쟁은 찾아볼 수 없다.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수출액은 2년 연속 감소했음에도 대선주자들이 경제에 대한 관심 보다 선명성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