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직장인 박모씨(27)는 회식을 마치고 한밤중에 택시를 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빵빵거리는 경적에 잠에서 깨 보니 택시는 고속화도로를 시속 15㎞로 서행하고 있었다. 게다가 집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불안해진 박씨가 차를 한쪽으로 세우라고 소리쳤지만 택시기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온 뒤에야 택시는 멈춰섰다. 운전자는 73세의 뇌전증 환자였다.

65세 이상 고령 택시기사가 4년 새 두 배가량 급증해 전체 택시기사의 1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기사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65세 이상이라는 얘기다. 이들에 의한 교통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두 배 가까이 늘어 택시 안전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고령 택시기사 비율은 2011년 10.9%에서 지난해 19.4%로 높아졌다. 이들의 교통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2404건에서 4138건으로 급증했다.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고령 운전자 비율은 25.9%에 달했다. 교통안전공단은 2020년에는 개인택시 운전자 중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비율이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규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주행거리 대비 사고 건수를 조사해보니 고령 운전자의 사고 발생 위험이 50%가량 높았다”며 “사고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