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탐욕 다룬 묵직한 작품…처음 맞춘 연기 호흡 환상이에요!"
“여성 둘이 극을 이끄는 드라마는 흔하지 않아요. 시청률을 떠나 좋은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30대 중반을 넘긴 여배우 이요원(36)의 각오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했다. 유이(28)와의 워맨스(woman+romance), 착한 남자 진구(36)의 변신, 전형성을 탈피한 전개로 시청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MBC 월화극 ‘불야성’(한지훈 극본, 이재동 연출) 얘기다. 근래 보기 드물게 무게감 있는 소재가 매회 높은 화제성을 유발하고 있다.

‘불야성’은 권력과 부를 향한 탐욕을 그린 드라마다. 이요원은 돈을 ‘신’이라 여기는 금융기업 대표 서이경 역을 맡았다. 유이는 서이경을 동경해 그의 페르소나가 돼가는 이세진을 연기한다. 지난 12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만난 이요원과 유이는 친자매처럼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다면서도 각자 배역에 푹 빠진 듯 호칭부터 남달랐다.

"인간의 탐욕 다룬 묵직한 작품…처음 맞춘 연기 호흡 환상이에요!"
“서이경과 세진이 함께하는 장면에 대해 ‘설렌다’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신기했어요. 서이경 덕분이 아닐까요? 서이경 대표님, 정말 멋있습니다.”(유이). 유이는 이요원을 ‘선배’ 대신 ‘대표님’이라 불렀다. 극 중 세진이 이경을 부르는 호칭이다. “촬영 때 대표님과 같은 대기실을 사용하는데 초반부터 지금까지 계속 쫓아다니고 있어요. 쉬는 시간에도 쫓아다니죠, 하하. 처음에는 서먹했는데 지금은 ‘세진아’ 하고 불러주면서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어요. 사랑받고 있어 행복합니다.”

이요원은 “제가 좀 차분한 데 비해 유이 씨가 워낙 애교가 많은 성격이어서 처음엔 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바뀌었어요”라고 화답했다. 극 중 서이경은 이세진을 자신의 대역으로 고용했고, 이세진은 서이경과 닮고 싶은 마음에 이를 받아들였다. 이렇듯 우정과는 또 다른 유대가 여성 시청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의 워맨스가 극의 흡인력을 높이는 건 캐릭터에 깊이 몰입한 덕분이다. 이요원은 ‘불야성’은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그린 작품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의 탐욕 다룬 묵직한 작품…처음 맞춘 연기 호흡 환상이에요!"
“서이경은 엄한 아버지 밑에서 사업을 배우면서 스스로 뭔가 하고 싶고, 가지고 싶다는 욕심을 품게 돼요. 권력에 관심 없던 박건우(진구)도 이경을 만난 뒤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나서죠. 가난하던 세진도 이경에 의해 돈 많은 사람들의 세계에 발을 디딘 뒤 점점 욕심을 부리게 됩니다. ‘불야성’은 기업 간의 뺏고 뺏기는 다툼을 넘어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이는 “돈이 더 많을수록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세진이 알게 된다”며 “서이경인 척하는 것이 아니라 이세진으로서 당당한 여자가 돼가는 과정이 앞으로 펼쳐질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드라마의 마지막에 세진이 진짜 당찬 여자가 돼 있을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탐욕 다룬 묵직한 작품…처음 맞춘 연기 호흡 환상이에요!"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서이경은 기업 대표로서 성별을 떠나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이다. 이요원은 “대본을 보면서 ‘보통 멋진 남자 주인공이 하는 대사인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경에게 매력을 느낀 것도 그가 멋진 여자기 때문”이라며 “외적인 모습이 센 연기보다 말의 내용과 행동을 직설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불야성’은 대기업 비리와 정경유착 등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그리며 최근 시국과 맞물려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요원은 “무거운 소재를 다룬 드라마여서 판타지나 로맨스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사람에게는 대중적이지 못한 소재지만 독특하기 때문에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며 “좋은 작품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글=손예지 / 사진=이승현 한경텐아시아 기자 yeji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