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크림과 버터에 이어 달걀까지 올해는 줄줄이 말썽이네요.” 서울 홍대입구 인근에서 ‘B’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수 씨(43)는 지난 12일 달걀 도매상에게서 다음달부터 달걀 공급을 30% 줄이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가금류 피해가 커져 달걀 품귀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빵집은 그동안 사흘에 30개짜리 일반란 15판씩을 공급받았지만 지난주부터 10판밖에 못 받고 있다. 김씨는 “다음달부터 추가로 공급을 줄일 수 있다고 해 다른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연말 대목을 앞두고 다른 때보다 다양한 케이크를 내놔야 하지만 거꾸로 줄여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종로에서 ‘P’ 케이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강윤정 씨(36)는 “올여름엔 생크림 대란 때문에 케이크를 못 만들었는데 생크림 수급이 풀리니 이젠 달걀이 속을 썩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정이 좀 나은 대형 제빵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고 있는 SPC그룹은 그동안 달걀을 공급받던 양계농가 한 곳이 살처분 대상에 올라 대체 농가를 찾고 있다. 뚜레쥬르를 운영하고 있는 CJ푸드빌 관계자는 “1년 중 12월은 전체 케이크 판매량의 15%가 몰리는 때라 달걀이 더 많이 쓰인다”며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가격 인상이나 판매 중단 등에 나섰다. A편의점은 13일부터 1등급란을 개별 점포에 공급하지 않고 있다. 이 편의점 관계자는 “1등급란 대신 품질이 약간 떨어지는 특란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147개 점포에서 지난 8일 달걀(특란) 30개 한 판 가격을 5980원에서 6280원으로 5% 인상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