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대화
미국의 평균적인 아버지가 자녀와 1 대 1 대화를 하는 시간은 한 주에 17분에 불과하다. 이렇게 짧은 이유는 아이들이 언제나 옆에 있기 때문에 대화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균적인 남편이 아내와 1 대 1로 대화하는 시간도 한 주에 27분에 불과한데 그 이유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소중하지만 늘 옆에 있기 때문에 대화를 미룬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시간관리 전문가 하이럼 스미스가 《10가지 자연법칙》이란 그의 저서에서 인용한 사례다.

필자도 아이들이나 아내와의 대화 시간이 미국의 평균 아버지나 남편에 비해서 길지 않은 듯하다. 늘 옆에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비슷하리라. 근래 들어 추가된 원인을 하나 꼽자면 스마트폰일 것이다. 각자가 스마트폰에 푹 빠져서 가족 간 짧은 대화시간마저 더 줄어들었음을 절감한다. 같이 식사하면서도 연신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데 정신이 팔려 있고, 되도록 빨리 밥을 먹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외부와의 연결에 바쁘다.

직장에서도 진정한 대화 시간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평등한 입장의 대화보다는 상하관계에 따른 보고나 지시가 많아지고 있다. 자유로운 토론 기회도 점차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고객과의 대화에서도 그들의 말을 귀담아들으면서 관심사를 파악하고 니즈를 충족시키기보다는 상대방을 설득하기 바쁘다. 이런 행태는 입이 하나고 귀가 둘인 이유가 자기가 말할 때보다 남의 말을 들을 때 두 배로 신경 써야 한다는 원칙에도 어긋난다.

대화를 방해하는 또 다른 문제는 건성으로 듣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진지하게 듣기보다는 언제 끼어들지, 다음에 자신이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느라 집중하지 못한다. 대화가 겉도는 중요한 이유다. 《멘토》의 저자 R 이난 시어모의 충고를 들어보자. “사람의 귀는 외이, 중이, 내이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이렇게 귀가 세 부분으로 이뤄졌듯이, 남의 말을 들을 때도 귀가 세 개인 양 들어야 한다.

상대방이 말하는 바를 귀담아듣고, 무슨 말을 하지 않는지를 신중히 가려내며, 말하고자 하나 차마 말로 옮기지 못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귀로 가려내야 한다.” 남의 말을 제대로 듣는 자세를 습관화하는 것이야말로 대화의 기본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본다.

김화동 < 한국조폐공사 사장 smart@komsc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