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진관동 롯데몰 은평점 3층에 1785㎡ 규모로 문을 연 교보문고 25호점 은평바로드림센터. 교보문고 제공
지난 1일 서울 진관동 롯데몰 은평점 3층에 1785㎡ 규모로 문을 연 교보문고 25호점 은평바로드림센터. 교보문고 제공
국내 1위 대형서점인 교보문고가 서점과 문구·음반점을 결합한 복합매장 모델을 앞세워 점포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지난해 1월 서울 신도림 바로드림센터점을 신규 점포로는 5년4개월 만에 개점한 것을 시작으로 이달 1일 서울 은평 바로드림센터점까지 12개 점포를 새로 냈다. 본점인 서울 광화문점을 1981년 개장한 이후 현재 운영하는 25개 점포의 절반가량을 최근 2년 새 연 셈이다.

◆복합매장 위주로 공격적 확장

덩치 키우는 교보문고…복합매장 2년새 12개 열었다
교보문고는 2009년 9월 복합쇼핑몰인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13호점인 영등포점을 낸 뒤 지난해 초까지 신규 점포를 열지 않았다. 2010년 이후 서점 경기가 하락세를 보인 데다 입점 후보지의 입지 등을 고려할 때 책 진열 비중이 높고 직원이 많은 기존 대형서점 모델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였다.

교보문고는 회사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2008년 이후 급증한 복합쇼핑몰의 서점 입점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모델 개발에 들어갔다. 서점 이용환경 변화에 맞추면서 고정비와 운영비를 줄여야 했다. 그 결과 내놓은 것이 1653㎡(약 500평) 안팎 규모에 문구·음반·팬시용품 등을 판매하는 핫트랙스와 서점을 결합한 바로드림센터다. 기존 서점보다 책 재고와 고용인원을 줄일 수 있는 모델이다. 서점과 핫트랙스의 면적 비중은 50 대 50, 60 대 40으로 탄력성 있게 조정된다.

이수현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장은 “지난해 초 신도림점을 바로드림센터 모델로 시범 운영한 결과 성과가 좋았다”며 “이후 입지와 상권 특성에 맞춰 복합매장 위주로 신규 출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보문고는 신도림·수유·판교·전주점 등 지난해 개장한 4개 점포 모두와 올해 연 8개점 중 동대문·송도·반월당·은평점 등 4개 점포를 바로드림센터로 개점했다. 울산점, 부산 해운대점, 경기 일산점, 대전점 등 대형으로 낸 신규점도 문구·음반·팬시매장과 휴게·독서 공간을 늘린 복합매장 형태로 열었다. 이 팀장은 “서점 형태와 기능이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상품을 구입하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생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서울 광화문점 등 기존 점포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춰 리뉴얼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환영’ VS 중소서점 ‘불만’

교보문고뿐만이 아니다. 올 들어 온·오프라인 대형서점은 오프라인 점포 수를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려 마케팅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영풍문고는 올 들어 부산 남포점(4월), 전주 터미널점(5월), 경기 하남 스타필드점(9월), 대구 대백점(10월) 등 4곳을 새로 내 점포를 28개로 늘렸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은 경기 분당야탑점, 경기 북수원홈플러스점(이상 10월) 등 9곳을 올해 새로 열어 오프라인 중고책 매장을 30곳으로 확장했다. 예스24도 4월 첫 오프라인 중고책 매장인 서울 강남점을 열었고 8월엔 서울 목동점을 추가로 열었다.

소비자는 대형서점 점포를 대체로 반기고 있다. 교보문고 은평 바로드림센터점에서 만난 40대 남성 김모씨는 “서점을 이용하려면 광화문이나 일산까지 가야 했는데 인근에 교보문고가 생겨 편해졌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대전점을 찾은 20대 여성 박모씨는 “책 종류가 많고 해외 원서나 전문서적 같은 것도 쉽게 구할 수 있다”며 “서점인지 북카페인지 헷갈릴 정도로 분위기가 좋아 나들이하러 자주 찾는다”고 했다.

반면 중소서점들은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의 확장을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소서점 모임인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박대춘 회장은 최근 이한우 교보문고 대표와 최영일 영풍문고 대표를 각각 만나 “확장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두 회사 대표는 “골목상권을 지켜야 한다는 뜻에는 공감하지만 대형서점 간 경쟁을 하다 보니 확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동네서점과 상생할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취지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대형서점이 들어서면 주변 동네서점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며 “막다른 곳에 몰린 만큼 내년엔 총력 생존권 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송태형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