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차관은 또 수영 선수 박태환에게 2016 리우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하기도 했다. 그는 박태환에게 "올림픽을 포기하면 기업 후원을 약속하겠다"면서 "출전을 강행해서 금메달 따와도 체육회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박태환은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며 "김 전 차관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차관의 협박에도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문을 두드린 끝에 리우올림픽에 출전했지만 훈련에 집중하지 못한 탓에 모든 종목에서 예선탈락하며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김연아는 대한체육회가 선정하는 2016 스포츠영웅에 선정된 뒤 "늘품체조 행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불이익을 느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 전 차관은 구속된 이후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싫어한다는 발언에 대해) 김연아 선수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싫어하는 이유를 말하긴 힘들다"고 말해 의구심을 낳았다.
프로축구(K리그)도 심판 매수 파문으로 뜨거웠다. 전북 현대 모터스 스카우터가 2013년 심판에게 유리한 판정을 부탁하며 금품을 건넨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전북은 이 사건으로 승점 9점을 삭감당했고, 최종전에서 서울 FC에 패해 리그 3연패에 실패했다. 10년 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심판 매수에 대한 징계로 내년 시즌 ACL 출전권이 박탈될 가능성도 있다.
국정농단만큼 충격적인 농구농단 사태도 벌어졌다. 여자프로농구(WKBL)의 '첼시 리 사건'이다. 한인 3세를 주장하던 리는 해외동포 선수 자격으로 한국 무대를 밟을 때부터 혼혈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리에 대한 특별귀화를 추진하던 과정에서 그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리가 활약했던 KEB하나은행은 준우승 기록 박탈과 동시에 전경기 몰수패 처리되며 순위가 최하위로 조정됐다. '혈통 사기극'을 막지 못한 책임으로 장승철 구단주와 박종천 감독이 사임했다.
'도마의 신' 양학선은 불의의 사고가 올림픽 2연패의 꿈을 가로막았다. 아킬레스건 파열에도 어떻게든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잘 회복되고 있다는 진단서를 대한체조협회에 제출하며 기회를 호소했다. 협회는 우수선수 추천제도를 통해 양학선을 선발했다. 회복을 기다리겠다는 의미였다. 양학선은 올림픽을 1개월 앞두고 열린 최종선발전에 출전했지만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결국 기권했다.
이 9단은 4국에서 기어이 알파고의 항복을 받아냈다. 마지막 5국에선 "알파고는 흑을 잡았을 때 어려워 하니 내가 흑을 잡겠다"며 어려운 길을 택했다. 결국 졌지만 아무도 그의 패배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장렬한 패배였다. 바둑을 모르는 시민들도 "질 땐 이렇게 져야 한다"며 이 9단의 집념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국은 바둑 중계로는 이례적으로 지상파 3사를 포함한 12개 TV 채널에서 방송됐고 합계 시청률은 13.6%(TNmS 기준)에 달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생중계 동시 접속자수는 최고 66만명을 기록했다.
'분노의 여름'을 보낸 손흥민은 불타올랐다. 9월 한 달간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EPL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10월부터 차갑게 식었다. 이후 14경기에서 1골 1도움에 그치며 입지가 좁아졌고, 다시 이적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선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6월엔 성폭행 사건에 휘말렸고, 이달 초엔 음주 뺑소니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 사고로 강정호는 내년 3월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이 힘들어졌다. 소속팀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징계를 내릴 경우 주전 3루수 경쟁에서도 이탈하게 된다.
올림픽에서 아쉽게 메달을 놓친 전인지는 LPGA 신인왕에 이어 베어 트로피(최저타수상)를 거머쥐었다. 신인왕과 베어 트로피를 한 시즌에 동시 수상한 선수는 전인지가 역사상 두 번째다.
박성현은 시즌 상금 13억3000만원을 쓸어담으며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A) 한 시즌 역대 최다 상금 기록을 갈아치웠다.내년 LPGA에 정식 진출할 예정이다.
한국 여자골프의 전설 박세리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IMF 시대'를 위로한 그의 마지막 그린 위에 그 시절 함께 개척자의 길을 걸었던 박찬호가 찾아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김현진/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sjhjso12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