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그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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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케이블카를 타고 통영 미륵산 정상에 오르면 나도 모르게 ‘와!’ 하는 감탄사가 터진다. 사방이 트인 공간에 갑자기 던져진 듯,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도 든다. 점점이 떠 있는 한려수도의 다도해는 물론 발아래 펼쳐진 그림 같은 통영항의 모습은 방문객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하다. 형언하기 힘든 오묘한 바다색과 갯내음을 담고 스치는 바람은 몽환적 분위기까지 선사한다.
첫 방문객이라면 “여기가 한국인가, 한국에 이런 경치가 있었나?” 자문도 하게 된다. “통영이 한국의 나폴리가 아니라 나폴리가 이탈리아의 통영”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다. 통영을 품은 한려수도는 전남 여수시 오동도에서 경남 통영시 한산도에 이르는 물길을 말한다. 여기에서 다시 동쪽으로 거제도와 서쪽으로 남해까지 포함한 다도해 지역을 통틀어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부른다. 우리나라 8경(景) 중 하나로 1968년 처음 해양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한려해상공원에 흩어져 있는 36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은 모두 저마다 독특한 절경으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어느 섬 하나 빠질 곳이 없지만 요즘엔 연화도가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다고 한다. 통영 여객터미널에서 남쪽으로 24㎞, 배로 1시간 걸리는 연화도는 조선시대 연화도사가 도를 닦다가 숨져 바다에 수장하자 연꽃으로 피어났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탄 장사도나 외도가 잘 가꾸어진 정원 같은 느낌이라면 연화도는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절경이 일품이다.
연화봉을 오르는 등산로 양쪽으로 비현실적 느낌의 쪽빛 바다가 펼쳐진다. 연화봉 정상에 서면 이 섬의 상징, 용머리 바위가 멀리서 그 위용을 드러낸다. 마치 커다란 용 한 마리가 바다에 떠 있는 듯한 장관을 접하면 왜 이곳이 ‘환상의 섬’으로 불리는지 실감할 수 있다. 바다를 가르는 기암괴석들과 이를 연결한 출렁다리를 건너다 보면 어느새 섬의 끝자락이 손에 닿을 듯하다. 3~4시간의 트레킹 후 포구에서 맛보는 고등어 회는 말 그대로 꿀맛이다.
‘살아가는 일에 쫓기고 마음이 무거워지면 누구나 한 번쯤 바다가 보고 싶어질 것이다. 그럴 때 한 송이 연꽃을 닮은 연화도로 오면 좋겠다….’ 인터넷을 뒤지다 연화도 여행기를 담은 한 블로그에서 이런 글귀를 발견했다. 지금이 딱 그런 때가 아닌가 싶다. 많은 이들이 답답한 가슴앓이를 하는 요즘이다. 연화도가 아니면 어떤가. 남해안 어딘가에 떠 있는 그 섬에 가고 싶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첫 방문객이라면 “여기가 한국인가, 한국에 이런 경치가 있었나?” 자문도 하게 된다. “통영이 한국의 나폴리가 아니라 나폴리가 이탈리아의 통영”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다. 통영을 품은 한려수도는 전남 여수시 오동도에서 경남 통영시 한산도에 이르는 물길을 말한다. 여기에서 다시 동쪽으로 거제도와 서쪽으로 남해까지 포함한 다도해 지역을 통틀어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부른다. 우리나라 8경(景) 중 하나로 1968년 처음 해양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한려해상공원에 흩어져 있는 36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은 모두 저마다 독특한 절경으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어느 섬 하나 빠질 곳이 없지만 요즘엔 연화도가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다고 한다. 통영 여객터미널에서 남쪽으로 24㎞, 배로 1시간 걸리는 연화도는 조선시대 연화도사가 도를 닦다가 숨져 바다에 수장하자 연꽃으로 피어났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탄 장사도나 외도가 잘 가꾸어진 정원 같은 느낌이라면 연화도는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절경이 일품이다.
연화봉을 오르는 등산로 양쪽으로 비현실적 느낌의 쪽빛 바다가 펼쳐진다. 연화봉 정상에 서면 이 섬의 상징, 용머리 바위가 멀리서 그 위용을 드러낸다. 마치 커다란 용 한 마리가 바다에 떠 있는 듯한 장관을 접하면 왜 이곳이 ‘환상의 섬’으로 불리는지 실감할 수 있다. 바다를 가르는 기암괴석들과 이를 연결한 출렁다리를 건너다 보면 어느새 섬의 끝자락이 손에 닿을 듯하다. 3~4시간의 트레킹 후 포구에서 맛보는 고등어 회는 말 그대로 꿀맛이다.
‘살아가는 일에 쫓기고 마음이 무거워지면 누구나 한 번쯤 바다가 보고 싶어질 것이다. 그럴 때 한 송이 연꽃을 닮은 연화도로 오면 좋겠다….’ 인터넷을 뒤지다 연화도 여행기를 담은 한 블로그에서 이런 글귀를 발견했다. 지금이 딱 그런 때가 아닌가 싶다. 많은 이들이 답답한 가슴앓이를 하는 요즘이다. 연화도가 아니면 어떤가. 남해안 어딘가에 떠 있는 그 섬에 가고 싶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