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K옥션 겨울경매에 추정가 12억~20억원으로 출품된 김환기의 1965년작 ‘에코’.
오는 13일 K옥션 겨울경매에 추정가 12억~20억원으로 출품된 김환기의 1965년작 ‘에코’.
미술시장의 ‘대장주’ 김환기·박수근의 그림을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 장르인 단색화, 옛 천문 관측기구 ‘혼천의(渾天儀)’, 8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온 문화재급 청자향로, 추사 김정희의 글씨 등 고가 미술품 418점이 미술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13일)과 서울옥션(14일)이 잇달아 여는 겨울 경매를 통해서다.

경매에 나온 작품의 추정가 총액은 K옥션 233점 166억원, 서울옥션 185점 76억원 등 242억원. 지난 9월 메이저 가을경매와 비슷한 규모다. 경기 침체로 미술품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는 만큼 비교적 싸게 베팅할 기회다.

홍콩 미술시장에 불어닥친 ‘김환기와 단색화 열풍’, 연초부터 이어진 일부 고미술 애호가들의 ‘사자’ 열기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서울옥션과 K옥션은 스마트폰으로 경매 미술품을 서핑하고 서면으로 응찰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12억~20억원에 나온 김환기 그림

화산관 이명기의 ‘행려풍속도’
화산관 이명기의 ‘행려풍속도’
K옥션은 오는 13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경매를 열고 ‘혼천의’(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99호)와 ‘삼층석탑’을 비롯한 고미술품과 김환기 박수근 백남준 정상화의 작품을 비롯한 근현대 미술품 등 233점을 내놓는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김환기다. 지난달 27일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국내 미술품 최고가(63억2300만원)를 경신한 만큼 그의 시대별 대표작 9점을 내놨다. 1965년작 색면 추상화 ‘에코’(추정가 12억~20억원)와 1956년작 반구상 ‘새와 달’(10억~16억원)이 겨울 경매 최고가에 도전한다.

단색화의 거장 정상화의 1975년작 ‘무제 75-3-C’(5억~10억원),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유전자 신전’(2억6000만~6억원), 박서보 윤형근 하종현 김기린 이동엽 정창섭 등의 작품도 경매에 나온다.

고미술품으로는 9~10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높이 4.7m의 삼층석탑(12억원), 고종 8년인 1871년에 제작된 교육용 천체 관측기구 ‘혼천의’(2억~6억원) 등이 눈길을 끈다. 프리뷰는 12일까지 서울 신사동 K옥션 전시장. (02)3479-8824

◆환수한 문화재 줄줄이 경매

‘청자도철문정형향로’
‘청자도철문정형향로’
14일 오후 4시 경매를 치르는 서울옥션은 전략 상품으로 문화재급 고미술품과 김환기 장욱진 그림을 전면에 배치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조선시대 화가 화산관 이명기가 1817년에 그린 ‘행려풍속도’. 선비가 집을 나서 여행하며 접하는 다채로운 장면을 6폭 병풍에 옮긴 그림이다. 화면에 ‘단원의 뜻을 따르다’라고 적어 도화서 화원으로 시작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김홍도의 예술적 경지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경매 예상가는 6억~10억원.

미국과 일본에서 환수된 고미술품도 여섯 점 나온다. 일제 강점기 때 ‘경성구락부 미술경매회’에서 일본인에게 팔린 뒤 80년 만에 환수된 ‘청자도철문정형향로’는 3억원에 경매를 시작하고,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돌아온 숙종 때 군사지도 ‘요계관방지도’(4억~8억원)와 채용신이 그린 1m 크기의 ‘면암 최익현 초상’(6000만~1억원), 일본 도쿄의 고미술 애호가가 소장했던 ‘삼국지연의도’(4억~8억원), 추사 김정희의 ‘행서대련’(7000만~1억5000만원) 등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나왔다.

김환기의 작품은 8점 출품됐다. 1969년에 그린 십자구도형 추상화 ‘3-VII-69 #100’(2억5000만~3억5000만원), 종이 작업 ‘무제’(4000만-7000만원)와 ‘산월’(2500만~3500만원) 등이 눈길을 끈다. ‘동심의 화가’ 장욱진의 작품, 일본 네오팝 세대의 대표 작가 요시모토 나라의 ‘Kitty’, 줄리언 오피, 로이 리히텐슈타인, 데이미언 허스트 등의 작품도 새 주인을 찾는다. 출품작은 13일까지 평창동 경매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02)395-0330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올해 홍콩 경매시장에서 외국인 컬렉터들이 국내 화가의 작품을 대거 구입해 국내 시장 분위기도 한층 좋아졌다”며 “홍콩 시장의 ‘온기’가 국내 경매에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