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페라 맥베드와 최순실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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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에 격분한 촛불집회는 강추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촛불집회는 우리나라 민주 집회의 새로운 역사를 세웠다. 폭력이라고는 눈을 씻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평화적인 민주집회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현 세태와 유난히 닮은 오페라 멕베드(2016.11.24~27,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공연을 하면서 그 역사적인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특히 11월 26일 공연이 끝나자마자 공연장 로비에서 바라본 8시 소등은 공연의 감동과 더해져 온 몸에서 전율이 흘렀다. 소등 행사는 지난 3일 집회에서도 7시에 계속됐다.
오페라 맥베드에서도 현재 최순실 게이트와 닮아있다. 스코틀랜드의 11세기 실존인물인 맥베드는 왕족으로 외적의 침입을 용맹하게 무찌른 장수이지만, 권력에 도취돼 왕을 시해하고 스스로 왕이 된다. 이후 18년 동안 스코틀랜드의 왕이 되어 통치했지만, 전장에 나가 전사했다. 왕위는 선왕의 자손들에게 넘어가고, 맥베드는 역사에 백성을 도탄에 밀어 넣은 독재자로 기록된다.
이 역사적 기록에 첨부된 야사를 합해 셰익스피어는 타고난 흥행사 감각으로 희곡을 쓴다. 마녀들의 술수에 걸린 맥베드 부부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폭정을 감행한다. 피의 원한은 울분이 돼 전국 방방곡곡에 울린다. 셰익스피어의 맥베드는 저항하는 민초들이 맥더프 장군과 함께 맥베드 군대를 물리쳐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권선징악 구조를 갖는다.
이건용 서울시립오페라단 단장은 오페라 맥베드를 보완할 요소로 연극성을 꼽았다. 오페라 맥베드의 연출을 '연극 칼로맥베드'로 동아연극상을 수상했던 연출자 고선웅에게 맡겼다. 또 이 단장은 한국에서 오페라 전곡을 오케스트라 지휘로 공연을 한 번 했던 지휘자 구자범에게 지휘봉을 안기는 모험도 감행했다.
연출자 고선웅은 오페라 맥베드가 권력에 취해 폭정으로 망해가는 원인을 일치감치 마녀들이 사주하는 '약에 대한 중독'으로 결정하고 자료를 취합하고 분석했다. 포스터의 백색 가루에 묻은 선홍색 핏자국이 이를 설명한다. 그는 큰 무대장치에서 소품 하나하나의 방향과 색감까지 섬세하게 중독으로 나타냈다.
맥베드를 조종하는 것은 마녀들의 약물이라는 색다른 콘셉으로 접근한 것이다. 오히려 정치논란과 부합하면서 현실정치의 강렬한 풍자가 됐다. 애초 연출 의도는 진정한 시대적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순간적이고 자극적인 쾌락에 중독되어 가는 사회에 통렬한 각성을 요구하는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공연엔 죽은 후에 휠체어에 앉아 조직 폭력배 두목 같이 칼을 만지며 무례한 선왕 둔카노의 망령, 조직폭력배처럼 거드럭거리는 자객들, 파티에서 손님들을 폴리스 라인으로 막는 웨이터, 맥베드를 조종하는 즐거운 마녀들, 갈 곳 없는 민중들이 한탄하며 들고 나온 아무 것도 적히지 않은 시위피켓 등이 등장했다.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감성적이고 관념적인 독특한 고선웅의 아이디어다. 2막에선 맥베드 부부가 약에 취해 탐욕의 이중창을 열창하던 욕조는 맥베드가 보낸 자객에게 목숨을 잃는 반코의 관으로 변한다. 4막에선 링커를 꼽고 반쯤 실성한 맥베드 부인의 병실로 변해 감각적으로 사용된다.
다만 '이게 나라냐! 도적들의 소굴이지' 등의 자막은 원전 분위기에서 너무 멀리 나간 것 같다. 일부 자막 표현은 현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영했지만 작위적 예술로 보였다. 관객이 가장 먼저 접하는 일부 자막은 분명 연출선과 비대칭돼 부담스러웠다.
필자는 오페라 맥베드의 드라마투르기 역할로 연출부에 합류했다. 지친 우리에게 토요일마다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힘을 줬다. 공연으로 미약하지만 마음을 보태겠다는 작은 소명의식이 아니었다면 고된 스케줄로 벌써 도망갔을 것이다. 사상적 이념과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사람이라면 당연히 존중받는 이 평화집회가 더 소중하다.
/황승경(공연예술학박사, 음악감독)
현 세태와 유난히 닮은 오페라 멕베드(2016.11.24~27,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공연을 하면서 그 역사적인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특히 11월 26일 공연이 끝나자마자 공연장 로비에서 바라본 8시 소등은 공연의 감동과 더해져 온 몸에서 전율이 흘렀다. 소등 행사는 지난 3일 집회에서도 7시에 계속됐다.
오페라 맥베드에서도 현재 최순실 게이트와 닮아있다. 스코틀랜드의 11세기 실존인물인 맥베드는 왕족으로 외적의 침입을 용맹하게 무찌른 장수이지만, 권력에 도취돼 왕을 시해하고 스스로 왕이 된다. 이후 18년 동안 스코틀랜드의 왕이 되어 통치했지만, 전장에 나가 전사했다. 왕위는 선왕의 자손들에게 넘어가고, 맥베드는 역사에 백성을 도탄에 밀어 넣은 독재자로 기록된다.
이 역사적 기록에 첨부된 야사를 합해 셰익스피어는 타고난 흥행사 감각으로 희곡을 쓴다. 마녀들의 술수에 걸린 맥베드 부부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폭정을 감행한다. 피의 원한은 울분이 돼 전국 방방곡곡에 울린다. 셰익스피어의 맥베드는 저항하는 민초들이 맥더프 장군과 함께 맥베드 군대를 물리쳐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권선징악 구조를 갖는다.
이건용 서울시립오페라단 단장은 오페라 맥베드를 보완할 요소로 연극성을 꼽았다. 오페라 맥베드의 연출을 '연극 칼로맥베드'로 동아연극상을 수상했던 연출자 고선웅에게 맡겼다. 또 이 단장은 한국에서 오페라 전곡을 오케스트라 지휘로 공연을 한 번 했던 지휘자 구자범에게 지휘봉을 안기는 모험도 감행했다.
연출자 고선웅은 오페라 맥베드가 권력에 취해 폭정으로 망해가는 원인을 일치감치 마녀들이 사주하는 '약에 대한 중독'으로 결정하고 자료를 취합하고 분석했다. 포스터의 백색 가루에 묻은 선홍색 핏자국이 이를 설명한다. 그는 큰 무대장치에서 소품 하나하나의 방향과 색감까지 섬세하게 중독으로 나타냈다.
맥베드를 조종하는 것은 마녀들의 약물이라는 색다른 콘셉으로 접근한 것이다. 오히려 정치논란과 부합하면서 현실정치의 강렬한 풍자가 됐다. 애초 연출 의도는 진정한 시대적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순간적이고 자극적인 쾌락에 중독되어 가는 사회에 통렬한 각성을 요구하는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공연엔 죽은 후에 휠체어에 앉아 조직 폭력배 두목 같이 칼을 만지며 무례한 선왕 둔카노의 망령, 조직폭력배처럼 거드럭거리는 자객들, 파티에서 손님들을 폴리스 라인으로 막는 웨이터, 맥베드를 조종하는 즐거운 마녀들, 갈 곳 없는 민중들이 한탄하며 들고 나온 아무 것도 적히지 않은 시위피켓 등이 등장했다.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감성적이고 관념적인 독특한 고선웅의 아이디어다. 2막에선 맥베드 부부가 약에 취해 탐욕의 이중창을 열창하던 욕조는 맥베드가 보낸 자객에게 목숨을 잃는 반코의 관으로 변한다. 4막에선 링커를 꼽고 반쯤 실성한 맥베드 부인의 병실로 변해 감각적으로 사용된다.
다만 '이게 나라냐! 도적들의 소굴이지' 등의 자막은 원전 분위기에서 너무 멀리 나간 것 같다. 일부 자막 표현은 현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영했지만 작위적 예술로 보였다. 관객이 가장 먼저 접하는 일부 자막은 분명 연출선과 비대칭돼 부담스러웠다.
필자는 오페라 맥베드의 드라마투르기 역할로 연출부에 합류했다. 지친 우리에게 토요일마다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힘을 줬다. 공연으로 미약하지만 마음을 보태겠다는 작은 소명의식이 아니었다면 고된 스케줄로 벌써 도망갔을 것이다. 사상적 이념과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사람이라면 당연히 존중받는 이 평화집회가 더 소중하다.
/황승경(공연예술학박사, 음악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