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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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주가 반짝 상승했다. 주요 종목들의 주가가 지난해 1월부터 1년 반 가까이 이어진 ‘바이오 랠리’ 이전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평가가 반등을 이끌었다. 하지만 투자 심리가 되살아났다고 판단하긴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항암제 신약후보물질 개발업체 신라젠이 상장 첫날 공모가(1만5000원)를 밑도는 등 여전히 시장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는 지적이다.

◆바이오주 6개월째 시련

6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신라젠은 4.81% 하락한 1만2850원에 장을 마쳤다. 시초가(1만3500원)부터 공모가에 못 미쳤고 장 마감 한 시간 전부터는 하락폭이 커졌다.

업종 시황은 신라젠과는 반대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의약품업종지수(2.25%)와 코스닥시장 내 제약업종지수(1.15%)가 일제히 상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82%) 한미약품(0.87%) 등 대형주뿐 아니라 제일약품(11.16%) 한올바이오파마(5.02%) JW중외제약(5.52%) 같은 중소형주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코스닥에 둥지를 틀고 있는 휴젤(7.55%) 에스텍파마(6.06%) 코미팜(5.48%) 등은 평균 상승폭이 5%가 넘었다.

반년째 힘못쓰는 제약·바이오주…원기회복 '특효약' 있을까
제약·바이오 업종에 불고 있는 훈풍이 ‘새내기’ 신라젠에까지 전해지지 않은 것은 제약·바이오 업종의 추세적 반등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오늘 주식을 사들인 주체도 ‘방망이’를 짧게 잡은 단기 투자자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 1월 말 4611.43이던 유가증권시장 의약품업종지수는 올 6월10일 11297.02를 찍으며 2배 넘게 올랐다. 한미약품 등 대형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과 기술 수출 성과가 부각되면서 성장주로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후 6개월 만에 의약품지수는 37.21% 하락했다. 마케팅 비용과 연구개발(R&D) 비용 증가에 따른 실적 악화와 더불어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옮겨간 수급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9월 한미약품과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 해지 이후 잇따라 전해진 유한양행의 디스크치료제, 녹십자의 혈우병치료제의 임상 중단 소식도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올 하반기 들어 한미약품 주가는 반 토막 났고 유한양행은 37.42%, 녹십자는 23.94% 하락했다.

◆남은 고비는 미국 금리 인상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확인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제약·바이오주처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업종에 대한 경계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상당한 조정을 거쳤다고 해도 제약·바이오 업종의 밸류에이션은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며 “금리 인상 이후 기계적으로 쏟아지는 매물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업황은 올해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이 많고 주요 제약사들의 기술 수출도 활발해질 것이란 예측이다. ‘트럼프 효과’도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약가 인하 압박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신현준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는 대형 제약사들의 수익성을 보호하기 위해 신약 개발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며 “R&D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확대되면 국내 제약업체들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