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민심에 돌아선 새누리 비박…탄핵안 가결 가능성 커져
26명 참석…불참의원 포함 땐 찬성 30명 넘을 듯
황영철 "박 대통령 면담 제의 와도 만나지 않을 것"
비상시국위는 이날 국회에서 대표자·실무위원 연석회의와 총회를 잇따라 열어 이같이 의견을 정했다고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이 전했다.
황 의원은 “마지막 남은 시간까지 여야가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그럼에도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비상시국위는 9일 탄핵 표결에 조건 없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특히 “마지막까지도 최선을 다해 여야 합의가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별개로 9일 표결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표결 동참은 찬성표를 던진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도 “의원들의 찬반 여부는 헌법기관으로서 개개인의 권한이기 때문에 찬성한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황 의원은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퇴진 문제를 놓고 비주류 의원들과의 회동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지금까지 그런 요청이 없었고 요청이 온다고 하더라도 이 만남은 적절치 않다”고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박 대통령 퇴진 시점에 대한 협의에 응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 때문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탄핵하겠다’는 의미는 사실상 무작정 탄핵에 참여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박 대통령의 퇴진 시기 표명을 보고 탄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당초 입장을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주말 촛불집회를 지켜본 비박(비박근혜)계 의원 상당수는 탄핵 표결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거부하기로 한 것도 무조건 탄핵 표결에 참여하는 마당에 박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할 이유가 없어진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탄핵 표결에 다른 입장을 보여왔다. 유 의원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밝히더라도 여야 간 합의가 안 되면 표결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결국 그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도 “심각한 토론 끝에 나온 결론”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이날 회의엔 의원 26명이 참석했다. 회의에 불참한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탄핵 찬성 의원은 30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 가결을 위해 필요한 새누리당 의원 수는 28명이다.
탄핵안 표결을 계기로 새누리당 내홍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친박(친박근혜)계가 반발하면서 분당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남경필 경기지사, 김용태 의원 등 새누리당을 탈당한 전·현직 의원들은 이날 모임을 하고 비박계를 향해 박 대통령의 탄핵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이성권 전 의원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퇴진 시기를 밝히면 탄핵하지 않을 수 있다는 표현조차도 불법적이고 법치질서에 맞지 않는 타협”이라며 탄핵 참여를 압박했다. 이어 “친박 세력은 저질 정치로 인해 국민으로부터 폐족 단계에 와 있다”며 “비상시국위원회가 친박과 타협한다면 똑같은 폐족 위기에 몰리게 되고 보수정당 존립 기반 자체가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당혹스러워했다.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며 “특별히 다른 입장을 내놓을 게 없다”고 말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 비박계의 탄핵 표결 참여 결정은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과”라며 “탄핵에 찬성하는 새누리당 양심세력을 최대한 이끌어내 대통령 탄핵 성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환영했다.
국민의당도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의 9일 탄핵안 표결 참여 결정을 존중한다”며 “새누리당은 소속의원들의 양심에 따른 탄핵 표결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