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철의 데스크 시각] 중소기업 고통 더 이상 외면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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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철 중소기업부장 synergy@hankyung.com
“그것 참, 어떻게 해야 제대로 설명할지. 가뜩이나 내수가 줄어 고민이 많은데….”
서울 구로동에서 전자부품 업체를 운영하는 K사장은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대기업의 주문 감소로 국내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출마저 적신호가 켜졌다. “납품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해외 바이어들은 반신반의한다. 수년간의 거래관계를 생각하면 서운하기도 하지만 사업하는 입장에서 그들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CNN 등을 통해 시시각각 전달되는 한국의 정국 혼란은 간과하기 어려운 ‘부품 조달(調達) 리스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생사 기로에 선 중소기업
K사장은 경기 양주시에서 오리 요리점을 하는 A사장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축에 속한다. A사장의 가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으로 매출이 급감한 데다 조류인플루엔자(AI)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연말연시 특수는 고사하고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어려워지니 모두 등을 돌리네요. 잘나갈 때는 ‘돈을 불려달라’고 하더니 이젠 ‘(돈을) 빨리 갚으라’고 독촉합니다. 지인들도 ‘다음에 보자’며 만남을 기피해요…. 일시적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에겐 도움이 절실한데 정치권이 경제에 신경을 못 쓰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체감 온도는 거의 ‘빙하기’로 떨어졌다. 중소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경제위기’를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중소기업 3분의 1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에 준하는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인이 본 현재 경제상황 인식조사’에 이런 위기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56.7%는 작년보다 매출이 감소했고 ‘자금 조달 사정도 악화’(48.3%)됐다.
하지만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 응답(복수응답) 기업들은 ‘소비심리 위축, 매출 급감 등 내수 침체’(54.1%) ‘정치 리더십 부재에 따른 경제 불안’(51.0%) ‘정부의 정책신뢰 상실’(46.3%) 등을 위기의 주된 이유로 지적했다. 경기 위축이 심각한데 발 벗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짐이 되고 있어서다.
시급한 경제부문 정상화
대한민국 제조업 경쟁력과 취업의 근간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내수의 상당 부분을 감당하는 건설경기가 금융권 대출규제 이후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중소기업 매출에서 내수 비중(85.3%)은 절대적이다.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에는 외풍도 ‘태풍’ 수준이다. 미국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주의가 가져올 파장은 가늠하기 힘들다.
중소기업이 생사 기로에 섰지만 정부도 정치권도 돕는 데는 소극적이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경제사령탑은 사실상 부재 상태다. 공무원들도 대부분 일손을 놓고 있다. “나라가 온통 최순실 게이트에 빠져 있어 경제가 망가지는 줄도 모른다. 경제부총리와 후보자의 어정쩡한 동거를 끝내고 경제위기를 수습할 수 있게 힘을 모아야 한다. 경제가 망가지는 걸 방치한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두고두고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중소기업인들의 절박한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태철 중소기업부장 synergy@hankyung.com
서울 구로동에서 전자부품 업체를 운영하는 K사장은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대기업의 주문 감소로 국내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출마저 적신호가 켜졌다. “납품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해외 바이어들은 반신반의한다. 수년간의 거래관계를 생각하면 서운하기도 하지만 사업하는 입장에서 그들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CNN 등을 통해 시시각각 전달되는 한국의 정국 혼란은 간과하기 어려운 ‘부품 조달(調達) 리스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생사 기로에 선 중소기업
K사장은 경기 양주시에서 오리 요리점을 하는 A사장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축에 속한다. A사장의 가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으로 매출이 급감한 데다 조류인플루엔자(AI)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연말연시 특수는 고사하고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어려워지니 모두 등을 돌리네요. 잘나갈 때는 ‘돈을 불려달라’고 하더니 이젠 ‘(돈을) 빨리 갚으라’고 독촉합니다. 지인들도 ‘다음에 보자’며 만남을 기피해요…. 일시적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에겐 도움이 절실한데 정치권이 경제에 신경을 못 쓰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체감 온도는 거의 ‘빙하기’로 떨어졌다. 중소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경제위기’를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중소기업 3분의 1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에 준하는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인이 본 현재 경제상황 인식조사’에 이런 위기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56.7%는 작년보다 매출이 감소했고 ‘자금 조달 사정도 악화’(48.3%)됐다.
하지만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 응답(복수응답) 기업들은 ‘소비심리 위축, 매출 급감 등 내수 침체’(54.1%) ‘정치 리더십 부재에 따른 경제 불안’(51.0%) ‘정부의 정책신뢰 상실’(46.3%) 등을 위기의 주된 이유로 지적했다. 경기 위축이 심각한데 발 벗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짐이 되고 있어서다.
시급한 경제부문 정상화
대한민국 제조업 경쟁력과 취업의 근간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내수의 상당 부분을 감당하는 건설경기가 금융권 대출규제 이후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중소기업 매출에서 내수 비중(85.3%)은 절대적이다.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에는 외풍도 ‘태풍’ 수준이다. 미국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주의가 가져올 파장은 가늠하기 힘들다.
중소기업이 생사 기로에 섰지만 정부도 정치권도 돕는 데는 소극적이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경제사령탑은 사실상 부재 상태다. 공무원들도 대부분 일손을 놓고 있다. “나라가 온통 최순실 게이트에 빠져 있어 경제가 망가지는 줄도 모른다. 경제부총리와 후보자의 어정쩡한 동거를 끝내고 경제위기를 수습할 수 있게 힘을 모아야 한다. 경제가 망가지는 걸 방치한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두고두고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중소기업인들의 절박한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태철 중소기업부장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