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포라 입성한 한국 클렌징패드
“얼굴 각질을 걷어내고 에센스를 바르는 제품을 만들 수 없을까.”

2011년 최영욱 아우딘퓨쳐스 대표(사진)는 이런 생각을 했다. 각질이 남아 있는 얼굴에 에센스를 바르면 피부에 충분히 스며들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어느 날 유난히 하얀 어머니 얼굴을 보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찜질방에서 실면도를 받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거즈천을 에센스에 적셔 얼굴에 붙어 있는 각질을 닦아낸 뒤 순면으로 에센스를 바르도록 양면 패드를 고안했다.

◆세포라와 셀프리지 입성

2012년 아우딘퓨쳐스 브랜드 네오젠이 출시한 ‘바이오 필 거즈필링’이다. 양면을 각각 거즈천과 순면으로 제작한 패드가 에센스에 잠겨 있는 제품이다. 이 제품이 드러그스토어 올리브영에서 인기를 끌며 네오젠 브랜드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우딘퓨쳐스는 최 대표가 2000년 설립한 화장품 업체다. 브랜드는 네오젠이다. 중소업체 화장품으로는 드물게 지난 9월 말 미국 세포라 330개 전 매장에 입점했다. 최 대표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다”며 “세포라 바이어도 제품을 보고 놀랐다”고 전했다. 10월에는 영국 셀프리지백화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내년 1월부터 셀프리지 1층 화장품 매장에 들어간다. 내년 9월에는 유럽 세포라에 진출하기로 했다.

최 대표는 아모레퍼시픽 출신이다. 화학공학과 학부를 졸업한 뒤 입사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 화장대 위에 놓인 화장품에 관심이 많았다. 입사 직후 1년은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 뒤 6년 동안 기획을 담당하는 본사 코디네이팅 부서에서 일했다. 그는 “개발부터 디자인, 판매까지 아우르는 부서에 있다 보니 브랜드를 기획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우딘퓨쳐스를 차린 이유였다.

◆5도만 다르게 보자

각도를 5도만 다르게 보자는 게 최 대표 지론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뭔가 달라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나치게 독특하면 오히려 소비자들이 외면한다. 살짝 다르게 봐야 공감받을 수 있는 혁신이 가능하다”고 했다.

거즈필링 외에도 네오젠 제품 중엔 다른 곳에서 찾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화이트 트러플 세럼 인 오일 드롭’은 수분 방울이 들어 있는 오일 에센스다. 일반 오일 에센스 특유의 끈적함을 줄였다. ‘리얼 프레쉬 폼 씨리얼’은 곡물 알갱이가 들어 있는 클렌징폼이다. 용기를 거꾸로 뒤집어도 바닥면에 있는 곡물이 용기 입구 쪽으로 내려앉지 않는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은 올리브영이었다. 2014년 올리브영이 매장에 입점해 달라고 제안해 왔다. 올리브영 상품기획자(MD)와 함께 제품을 개선했다.

그는 “원래 거즈필링은 패드와 에센스가 따로 포장된 제품이었다”며 “올리브영 측에서 패드가 에센스에 잠겨 있는 일체형으로 제품을 바꿔 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용기도 개선했다. 그 결과 네오젠 거즈필링은 지난 1월부터 올리브영 페이셜 스크럽부문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이 됐다. 최 대표는 “까다로운 MD 기준을 통과했더니 세포라에 입점할 땐 별다른 제품 변경 없이 곧바로 납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내년부터 네오젠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했다. 올해 네오젠 예상 매출은 400억원. 내년은 올해의 두 배인 80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최 대표는 “내년에 올리브영에서 브랜드 매출 3위 안에 들고,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유럽 시장에도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