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5% 득표해 쥐페 제쳐…복수 여론조사 "피용, 본선서 르펜 꺾고 승리"
피용 "좌파는 실패·극우는 파산…국민에 다시 자신감 심어주겠다"


내년 4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제1야당 공화당 후보로 정부 역할 축소를 내세우는 보수 개혁주의자 프랑수아 피용(62) 전 총리가 선출됐다.

피용 전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치러진 중도 우파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2차 결선 투표에서 알랭 쥐페 전 총리를 누르고 승리했다.

피용은 결선투표에서 1만229개 투표소의 400만여표를 거의 모두 집계한 결과 득표율 66.5%로 쥐페에 대승을 거뒀다.

피용 전 총리는 승리가 확정된 뒤 지지자들 앞에 나서서 "프랑스 국민은 완전한 변화를 위한 행동을 원하고 있다"면서 "내게는 프랑스 국민에게 다시 자신감을 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좌파는 실패를, 극우파는 파산을 의미한다"면서 "마음속에 프랑스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후보가 되겠다"고 말했다.

피용 선거 운동본부에 모인 지지자들은 "피용, 대통령"을 외치며 그의 승리를 축하했다.

피용에 앞서 쥐페 전 총리는 "피용이 결선 투표에서 승리했다"면서 "내년 대선에서 그가 승리하기를 바란다.

그를 돕겠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피용 전 총리는 일주일 전인 20일 치러진 경선 1차 투표에서 쥐페 전 총리에 16%포인트라는 큰 득표율 차이로 앞섰으며 1차 투표 3위로 탈락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피용 지지를 선언하면서 승리할 것으로 관측됐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우리 정치 가족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변화를 약속한 피용을 중심으로 모일 순간이 왔다"고 우파의 단결을 강조했다.

이번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당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도 2유로(2천500원)만 내면 투표할 수 있었다.

공화당 경선 1차 투표에 430만 명, 2차 결선 투표에 450만 명이 각각 투표하는 등 비당원이 대거 참여해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르코지 전 정부에서 2007∼2012년 총리를 지낸 피용은 경제 분야에서는 공공부문에서 50만 명을 감축하고 주당 노동시간을 35시간에서 39시간으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강력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인 '대처리즘'을 지지하는 친시장주의자로 평가받는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사회 분야에서는 동성애와 낙태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이다.

이민자와 이슬람에 부정적이며 크림 합병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에 유화적인 입장을 보인다.

최근 시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후보는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 좌파 집권 사회당이 내부 분열과 인기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에서는 공화당 피용 후보와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가 대선 2차 결선 투표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이날 실시한 조사에서 피용 전 총리는 내년 5월 대선 결선투표 때 67% 지지를 얻어 르펜 대표를 꺾을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여론조사기관 '오독사'(ODOXA)가 지난 25일 벌인 시뮬레이션 조사에서도 피용 전 총리는 결선에 진출해 71% 지지로 르펜 대표를 이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으로 세계에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열풍이 불면서 극우파 르펜의 돌풍도 전망된다.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내년 대선에 출마할지 다음 달 밝힐 예정이다.

내년 1월 사회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올랑드 대통령이 불출마를 선언하면 마뉘엘 발스 총리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또 지난 8월 사회당 정부에서 나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전 경제장관도 좌·우파를 아우르는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며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프랑스의 차기 대선은 내년 4월 23일 실시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주일 뒤인 5월 7일 1위와 2위 득표자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