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일자리, 해외시장에 길이 있다
서울 모 여대에서 4년째 ‘멘토 교수’를 하고 있다. 무보수 명예직이다. 기업, 정부, 언론사 등에서 일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현장 경험을 살려 취업 준비를 돕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이다. ‘시사경제 & 글쓰기’를 맡아 상식, 자기소개서 작성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 학기에도 10여명을 대상으로 몇 차례 강의했다.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의 취업 열기에 깜짝 놀란다. 첫 수업 때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졸업 후 취업 희망자를 조사해보면 100% 손을 든다. 학생들은 ‘취업’이 ‘결혼’보다 인생에서 훨씬 중요하다고 답한다. 학창 시절이던 1980년대로 잠시 돌아가 보자. 당시만 해도 많은 여학생이 취업에 큰 관심이 없었다. 졸업과 동시에 결혼하는 사례가 많았다. 한 세대 만에 여성들의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 젊은이들 역량 우수

대학 캠퍼스를 찾아보면 좋은 일자리 구하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난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취업시장은 ‘전쟁터’다. 졸업하고도 몇 년씩 학교에 나오는 학생도 부지기수다. 유명 대학의 학생들도 입학하자마자 취직 준비에 들어간다. 구직난으로 고민에 찌든 젊은이들의 얼굴을 보면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마음도 든다.

수년째 현장에서 만나본 우리 젊은이들은 정말 우수하다. 올 8월 일본 미야기(宮城)현 ‘한·일 고교생 교류캠프’에서도 청소년들의 경쟁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1주일간 동행 취재하면서 지켜본 한국 학생들은 외국어와 컴퓨터 활용 능력, 발표력, 리더십 등에서 일본 학생보다 뛰어났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달 중순 명문 K대학에서 ‘일본 경제’를 주제로 취업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취업 정보를 구하려는 학생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우리 젊은이들이 일본에서 좋은 일자리를 구한 사례를 소개해주자 참석자들의 눈이 빛났다. 좁은 국내 시장보다 이웃 나라 일본이나 중국에서 취업해보라는 설명에 반응이 매우 좋았다. 일본에 취업하려면 일본어와 영어 능력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면접 때는 무엇을 물어보는지 등 질문이 쏟아졌다. 다음날에도 이메일 문의가 이어져 학생들의 ‘도전 의식’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일본 취업시장 기회 많아

요즘 취업 조언을 구하는 대학생들에게 일본 시장을 뚫어보라고 적극 권하고 있다. 지인 자녀 중 최근 1~2년 사이에 일본 대표 금융회사와 대기업 등에 들어간 사례가 적지 않다. 최상철 간사이대 교수(경제학)는 “일본 기업들이 구인난을 겪을 정도로 일자리 공급이 많다”며 “한국 젊은이들은 어학, 정보기술(IT) 능력 등이 뛰어나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고용시장은 당분간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저성장기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매출이 감소했다(2015년 기업활동 조사 결과). 그만큼 신규 투자 여력이 줄어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다.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까지 겹쳐 기업들의 투자 의욕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국내 취업이 어려우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게 도움이 된다. 경쟁력이 있고, 도전정신이 있는 젊은이라면 가까운 일본 중국은 물론 고성장을 질주하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취업시장을 두드려보자. 뜻이 있는 곳엔 반드시 길이 있다.

최인한 한경닷컴 대표 직무대행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