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궁극의 빈티지…쿠바는 보물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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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자취가 흑백 사진처럼 펼쳐진 곳
'Che'의 도시 산타클라라 골목엔 가냘픈 바이올린 소리가…
살사 리듬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쿠바는 스스로 진화하고 있었다
클래식카를 타고 달리며 대서양 바람과 밀회를 즐겨봐
'Che'의 도시 산타클라라 골목엔 가냘픈 바이올린 소리가…
살사 리듬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쿠바는 스스로 진화하고 있었다
클래식카를 타고 달리며 대서양 바람과 밀회를 즐겨봐
매혹적인 땅 아바나서 들리는 노랫소리
쿠바는 멕시코만과 북대서양 사이에 있는 섬나라다. 본섬과 1600여개의 작은 군도로 이뤄진 카브리해에서 가장 큰 나라다. 북회귀선에 걸쳐 있어 아열대의 따뜻한 기후와 풍요로운 자연을 가지고 있다. 콜럼버스 발견 이후 스페인의 오랜 지배를 받았다. 사탕수수 농사를 위해 아프리카의 노동력이 대량 유입돼 흑인과 백인의 혼혈인 물라토가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스페인과 아프리카의 정서에 미국 문화가 섞이면서 특유의 열정적이고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졌다. 중남미의 다른 국가들처럼 가톨릭을 믿고 스페인어를 쓴다.
화려한 꽃으로 치장하고 시가를 문 여인들
쿠바 여행의 보석은 아바나다. 아바나에 도착한 첫날 수정한 상식 하나! 아바나의 상징인 말레콘이 맞닿은 바다는 카리브해가 아니었다. 대서양이었다. 카리브해는 정확히 쿠바섬의 남쪽 바다를 일컫는 말이다. 아바나란 명칭은 스페인이 처음 정착지를 조성할 때 원주민이었던 타이노족 족장의 딸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5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세계 문화 유산 도시다. 1200만 인구 중에 200만명이 모여 사는 쿠바의 정치, 사회, 문화의 중심지이자 여행의 완결지다.
옛 총독 관저에 있는 아르마스 광장과 한때 아메리카 대륙에서 최대였던 수도원이 아름답게 서있는 산 프란시스코 광장, 노천카페의 흥겨운 리듬이 가득한 비에하 광장은 오랜 여행길의 여독을 잊게 한다. 산 프란시스코 대성당의 종탑은 몇 층인지 모르게 가파르게 이어진다. 종탑에 올라서니 말레콘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시선을 돌리면 멀리 구시가지의 중심인 카피톨리오가 한 장의 흑백 사진처럼 펼쳐지는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정갈한 침실과 부엌 많은 예술가들이 들고 났을 거실과 너른 시내를 내려다보며 글을 쓴 흔적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헤밍웨이가 읽었을 책과 타이프라이터, 그가 사냥한 물소, 표범, 사슴의 박재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헤밍웨이의 집을 나와 다시 거리로 나서면 거리의 화가들로 가득한 프라도 거리가 나타난다. 프라도 거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거리를 닮았다. 거리 중앙에는 발레리노의 동상이 광장을 바라보고 있다. 헤밍웨이가 찾던 술집 ‘엘 플로리디타’는 여행자들로 문전성시다. 걷다가 지치면 모히토 한잔하면 된다. 누군가의 흔적을 찾는 여행자라면 아마 아바나는 제격인 도시다.
슬픈 느낌이 묻어나는 트리니다드
언덕길을 천천히 오르다보면 식민지 시절의 고도를 걸을 수 있다. 트리니다드는 정착민의 무역과 거주를 목적으로 세워진 식민지 도시였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트리니다드는 알록달록한 파스텔톤 가옥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마치 중세의 모습처럼 오래된 풍경은 20세기 모습 같은 아바나보다 적어도 한두 세기는 더 시간의 태엽을 거꾸로 돌려야 할 것 같다. 마요드 광장에는 크고 작은 규모의 거리 연주가 펼쳐진다. 센트로의 모든 길 중간에는 자갈이 듬성듬성 깔려있는데 우기에 물이 잘 빠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란다.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 올라서면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회색빛 구름은 낮고 깔려 있고, 붉은색 황토를 머금은 기와지붕은 슬프게 이어져 있다. 마요르 광장 바로 옆 계단에는 카사 델라 뮤지카라는 클럽이 있다. 스페인어로 ‘음악의 집’이라는 뜻이다. 밖에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저녁이 되면 흥겨운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공연과 함께 클럽 앞까지 사람들이 몰려들어 대규모 살사 춤판을 벌인다.
체 게바라의 숨결 느껴지는 산타클라라
골목 어디에선가 가냘픈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 살포시 열린 창문 틈으로 고개를 내미니 동네에서 바이올린 레슨을 받는 풍경이다. 얼굴에 이미 세월의 더께가 서려있는 노인은 인자한 얼굴로 연신 아이들의 틀린 부분을 지적해준다.
체 게바라 기념관에는 어린 시절부터 볼리비아에서 전사하기까지의 사진들이 놓여있다. 피델 카스트로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교환한 서신, 그가 즐겨 쓰던 물건 등이 고스란히 체의 삶을 복원하고 있다.
그는 쿠바에서의 영광을 뒤로 하고 볼리비아의 산악에서 게릴라로 최후를 마쳤다. 그의 드라마틱한 운명의 시작은 여행이었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가 그의 청년 시절 여행 이야기다. 여행은 번거로움이 주는 다른 기쁨이 있다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쿠바가 그랬다.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하고 불편했다.
하지만 쿠바는 스스로 진화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친절했고, 거리는 이야기가 있었고, 광장은 여유가 가득했다. 시간 위를 걷는 여행지 쿠바는 급하게 시간에 쫓겨 살아온 여행자에게 발걸음을 맞추어 걷는 즐거움을 기억하게 해주었다. 쿠바는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아바나에서 걷다보면 더 그랬다.
아바나=글·사진 이문성 여행작가 dhcjs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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