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정·증인 확정, 내달 4차례 청문회…"비공개" 주장도
그룹 총수, 비선 실세, 전직 靑 참모들 증언대…추가폭로 주목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3일 오후 전체회의에서 운영 일정과 증인 명단을 의결하면서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작업에 시동을 건다.

이번 국조는 오는 30일 문화체육관광부·법무부·대검찰청·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한 1차 기관보고로 시작된다.

이어 다음 달 5∼6일과 13∼14일 4차례에 걸쳐 청문회를 연다.

다음달 12일에는 대통령비서실, 경호실, 국가안보실,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교육부를 상대로 2차 기관보고를 받는다.

이후 박 대통령 대리처방 의혹에 연루된 차움병원, 김영재 의원, 강남보건소 등 세 곳을 돌아보는 현장방문 일정 등에 합의한 상태다.

국조 기간은 일단 국조 계획서가 의결된 지난 17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60일이다.

국회 의결에 따라 30일을 연장할 수 있다.

특히 청문회는 공개가 원칙이며, TV와 인터넷 등으로 생중계하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국조의 본래 목적과 별개로 정치적 의미와 파장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국에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국조는 여론의 향배에 시시각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재단 모금 등을 위해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는 8대 대기업 그룹 총수들이 국조 증인 1차 명단에 포함된 점이 눈길을 끈다.

이재용·정몽구·최태원·구본무·신동빈·김승연·조양호·손경식 등 우리나라의 재계를 좌지우지하는 재벌 총수들이 무더기로 국회 증언대에 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988년 '5공 청문회'에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해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부회장,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등이 불려 나오고 1997년 '한보 청문회'에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과 금융권 수장들이 불려 나온 것과 비교해도 대상 기업의 위상과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이들의 입에서 박 대통령이 재단 모금을 강요 또는 종용했다거나 정권의 압력을 받았다는 식의 증언이 공개적으로 나오면 큰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주말까지 대규모 촛불집회가 청와대와 가까운 도심에서 벌어지고 박 대통령이 피의자로 입건된 상황에서 증인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박 대통령의 거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재벌 총수에 대한 청문회는 예외적으로 비공개로 하자는 주장이 새누리당 내에서 고개를 드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우리나라 경제를 이끈다고 봐도 되는 그룹 총수들이 망신을 당하는 것은 국가적인 자해 행위"라며 "이들에 대한 청문회라도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조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나 최 씨 일가 등을 둘러싼 추가 의혹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세간에서 관심이 높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 수십 년간 베일에 싸인 박 대통령과 최 씨 일가의 과거사, 박 대통령이 사이비 종교나 무속 신앙에 심취했다는 주장 등은 매우 자극적이고 민감한 소재다.

이를 둘러싼 폭로가 실시간으로 전파를 타고 인터넷을 달굴 경우 내용의 사실 여부는 둘째 문제가 될 수 있다.

국조특위는 이날 최순실, 고영태, 차은택, 김기춘, 안종범, 우병우, 조원동 등 이번 사건에 연루된 '비선 실세'와 전·현직 청와대 참모들을 증인으로 의결할 예정이다.

야당은 이에 더해 최 씨의 언니 최순득 씨와 딸 정유라 씨는 물론 박 대통령을 증인으로 불러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추가 증인채택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국조특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합의한 증인 21명은 기본적인 것이고, 야당이 검토하는 증인 명단만 200명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국조가 자칫 지루한 정치공방으로 흐를 경우 오히려 국민에게 실망감만 안겨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수많은 정보가 공개되고 공유되는 최근은 노무현 전 대통령(당시 국회의원)을 '청문회 스타'로 만들었던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여태껏 열린 국조·청문회에서 제대로 밝혀진 것은 "앙드레 김의 본명(김봉남)뿐"이라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이번에도 반복되면 국조 무용론과 정치 불신만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