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국회의 36명 징계요구안 제출…징계여부·수위 촉각
탄핵안에 상당수 동조 기세…남경필·김용태, 내일 탈당 회견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비주류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출당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검찰에 피의자로 입건된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으며, 당적도 유지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 비주류에 빠르게 확산하는 것이다.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소속 의원 29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7명의 동의를 얻어 21일 박 대통령 징계 요구안을 당 사무처에 제출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이에 따라 박 대통령 징계 여부를 심사할 계획이다.

이들은 징계 요구안에 "일반 국민, 일반 당원이라면 당연히 기소됐을 문제이나, 대통령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갖고 있어 기소를 못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드러난 위법행위만으로도 징계는 불가피한 사안"이라고 적었다.

윤리위가 박 대통령이 징계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징계 수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 4단계다.

탈당 권유를 받고 10일 안에 탈당하지 않으면 제명된다.

전날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한 의원 35명 가운데 32명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야당의 이탈표가 없다고 가정하면 국회의 탄핵 가결 요건(200명 찬성)을 충족하는 규모다.

한 비주류 의원은 "새누리당 소속 129명 의원 가운데 32명만 탄핵에 찬동하는 게 아니다"며 "상식을 가진 상당수 의원이 '피의자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탄핵안을 발의할 경우 이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도 일부 서명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 탄핵과 징계에 대해선 이처럼 비주류 진영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하는 듯하지만, 비주류의 탈당 또는 분당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 등 비주류 인사들은 친박(친박근혜)계 이정현 지도부가 물러날 기색을 보이지 않자 오는 22일 탈당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은 "때가 아니다"며 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지사, 김 의원과 가까운 정두언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정현이라는 사람이 진짜 대통령하고 똑같이 우매한 행동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정신 차리고 내려올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선도 탈당'을 감행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의원이 동조하면서 '분당' 규모에 이를 것인지는 미지수다.

김무성 전 대표나 유승민 의원이 탈당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의원 20명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 주류와 비주류가 섞인 새누리당 재선 의원 25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만나 박 대통령 탄핵·징계와 지도부 거취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으나,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덕흠 의원은 재선 의원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내일 대권 주자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비주류 출신으로 늘푸른한국당 공동대표인 이재오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은 대통령을 뽑을 권리와 의무도 있지만, 범죄자인 대통령을 끌어내릴 권리와 의무도 있다"며 "스스로 물러날 기회를 걷어차 버린 범죄자를 국민은 결코 오래 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류미나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