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시간끌기'
검찰의 '18일 최후통첩' 거부…"수사 공정성에 의심" 불만도
속타는 검찰
최씨 기소 20일 예정됐는데…'박 대통령과 공모' 문구 삽입 검토
청와대 측은 17일 검찰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18일 조사’를 거부했다. 유 변호사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현직 대통령의 신분을 감안하면 주변 의혹을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모든 사항을 정리한 뒤 한꺼번에 조사받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며 “검찰이 관련 의혹 조사를 완료할 수 있다면 내주엔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20일로 예정된 최씨 기소 전에는 조사받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다음주 조사도 조건부로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 변호사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내용들이 마치 대통령에게 불리한 실제 증거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자칫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하는 수사기밀 유출이 줄어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검찰에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이 같은 청와대 입장을 접한 뒤 “최순실·안종범·정호성 등 구속된 세 명이 기소되기 전에 대통령 대면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그 마지막 시점이 18일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최씨가 기소되고 난 뒤에 조사를 받겠다는 게 참 글쎄…”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 ‘대통령 조사 없이 최씨를 일단 기소하느냐’는 질문에는 “논리적으로는 그렇게 될 듯하다”고 답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 측의 ‘버티기’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검찰 관계자는 “‘성실히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대통령의 담화를 전제로 준비해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최씨 기소 시기는 법으로 정해진 만큼 그 전에 대통령을 조사해야 하는 검찰로선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檢, 공소장에 대통령 혐의 넣을 듯
박 대통령이 조사를 사실상 ‘보이콧’하면서 검찰은 고민에 빠졌다.
‘박 대통령의 신분은 참고인’이라고 일찌감치 못 박은 검찰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공소장 변경’이다. 박 대통령과 관련성이 적은 혐의로 최씨를 일단 기소하고, 나중에 대통령을 조사한 뒤 공소장 변경을 통해 추가 혐의를 반영하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장 변경도 하나의 옵션일 수 있다”며 “다만 나중에라도 대통령을 조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의 신분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해 대통령을 압박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피의자라고 해도 현직 대통령을 강제 조사할 수 있는지는 법조계 의견이 갈린다. 또 검찰로서는 말을 뒤집어야 하는 부담도 작지 않다. “참고인으로 조사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고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고 피의자로 바꿀 수 있겠느냐”(검찰 고위 관계자)는 얘기다.
검찰 안팎에서는 최씨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혐의를 적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피의자를 기소하기 위한 공식 법률문서인 공소장에 ‘박 대통령과 공모해’라는 문구를 넣어 공범관계를 규정하고 구체적인 혐의와 위반 법조항을 적는 방식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