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은 국내 정치권에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최순실 사태’에서 비롯된 국정 혼란 와중에 트럼프 당선으로 대외정책의 불확실성마저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은 9일 하루빨리 국정 혼란을 수습하고 경제·외교·안보 등 다방면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거국중립내각 총리와는 별도로 경제부총리(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만이라도 조속히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와 국회에 각각 ‘트럼프 태스크포스(TF)’와 ‘대미정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미국의 신고립주의 전략에 대응해 국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국익에는 여야가 없다는 생각으로 국정 혼란 수습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은 “국내 정치권이 미국 의회 등에 갖고 있는 인맥을 총동원해 미국 새 행정부 정책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의원은 또 “박근혜 대통령이 사임한다면 대외정책에서 혼선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섣불리 하야를 요구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심재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국회가 추천하는 국무총리가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미국 정책 변화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무엇보다 우리 내부의 국정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며 “국회가 추천한 총리를 임명하는 것이 가장 빠른 정국 수습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은 “대한민국이 안정과 번영을 누리는 기반이 됐던 한·미 동맹과 자유무역이라는 양대 축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측조차 안 된다”며 “정치권은 빠른 시간 안에 정국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국중립내각 총리 임명에 앞서 경제부총리 임명 절차를 밟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 대표 회동에서 “경제부총리만은 임명해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정의당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유일호 부총리를 유임시키든 임종룡 부총리 후보자를 임명하든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박 위원장은 전했다.

다만 추 대표도 경제사령탑이 불확실한 상황이 문제라는 인식에는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경제·민생과 관련해 추후 별도 회동에서 깊이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현우/김채연/은정진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