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선택 트럼프] "한국 증시 여전히 저평가…선진국보다 충격 덜 할 것"
“한국 주식시장이 미국 대선 결과로 받을 충격은 선진시장보다는 작을 겁니다. 미국 증시는 이미 힐러리 클린턴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신흥국 시장은 선거 이전부터 관망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선진시장의 성장률도 둔화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흥시장으로 돈이 들어올 겁니다.”

크레디트스위스에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주식시장 분석 총책임을 맡고 있는 삭티 시바 수석전략가(사진)는 9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비관적일 필요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대선 결과가 미칠 코스피지수 하락률도 5% 내외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00년대 중반 UBS 수석전략가 시절 한국 증시에 대한 정확한 분석으로 유명했다. 당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그의 보고서를 빠짐없이 챙겨본 것으로 알려졌다.

시바 수석전략가는 한국 증시가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의 근거로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MSCI아시아지수(일본 제외) 대비 MSCI코리아지수는 연초만 해도 10%가량 저평가돼 있었지만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사태와 정치적 불안 때문에 할인폭이 27%까지 커졌다”고 말했다. 현재 주가도 바닥 수준이기 때문에 더 떨어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5년 평균 할인율은 13% 수준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의 세계전략과 관련한 불안감이 고조됐기 때문에 내년 초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는 “트럼프가 인기를 끌기 위해 한국 중국 멕시코 등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지만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관들을 각 분야 전문가 대신 이상주의자로 채우면 세계 주식시장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바 전략가는 한국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머무르는 이유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특정 주식에 투자가 편중되고 있는 점을 들었다. 그는 특정 주식이 아니라 산업 전반과 시장 전체(인덱스)에 믿음이 생겨야 더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률이 높은 중국과 안정성이 높은 일본 주식시장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는 요인도 주목했다. 한국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비슷한 경쟁국을 찾다가 조선 건설은 일본, 철강 화학은 중국 주식을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에 오기 전 유럽에서 기관투자가들을 만났는데 한국의 ROE가 오르고 있다고 설명해도 믿지 않고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만 관심을 두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시바 전략가는 전자업종 외 다른 산업 부문에서 ROE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잘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포스코 등 산업재, 신한지주 등 금융주, 에쓰오일 같은 에너지주 등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며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내년 정치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주가가 본격 상승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바 전략가는 “과거 1994년, 2004년, 2013년의 사례를 살펴봤을 때 미국 금리 인상 이후에는 아시아 증시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