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전 사마광(司馬光)이 쓴 역사서 《자치통감(資治通鑑)》에서 유래된 ‘각답실지(脚踏實地)’라는 고사성어도 현장을 중시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마광은 송나라 때의 저명한 역사학자로서 19년 동안 노심초사하면서 전력을 다해 통감의 주필이 돼 집필에 힘을 쏟았다.
그는 먼저 널리 사료를 수집·정리해 세심히 연구한 뒤 이들을 순리대로 연관지은 다음 수정해서, 신빙성 있는 자료들만 선택해 방대한 양의 책으로 묶었는데, 후대에 가장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역사서로 평가받았다.
사마광의 이런 성실한 태도는 당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소옹이라는 학자는 “그는 실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발로 뛰며 답사(脚踏實地)한 사람”이라고 칭송했다. (임종욱, 사자성어대사전)
현대 경영학자 중에도 우문현답의 정신을 강조하는 사람이 많다. ‘레인메이커(rainmaker: 뛰어난 노력으로 회사에 이익이라는 단비를 내리게 하는 사람)’라는 용어를 만든 세계적 경영컨설턴트 제프리 J 폭스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기업 CEO는 회사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살피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많은 직원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주문한다. 특히 뭔가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직원들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라고 강조하면서, 가능하면 중요한 고객과 공급업자도 직접 만나보라고 권유한다.
국내외에 4개의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 조폐공사로서는 현장 중시 경영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 생산라인 현황을 파악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함은 물론 공사 경영 상황과 비전에 대해 얼굴을 맞대고 설명할 수 있는 자리다. 당연히 필자도 꾸준히 현장을 찾아 나서고 있다. 걸러지지 않는 생생한 정보를 접하고 다양한 분야의 직원들과 대화해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발로 뛰는 노력은 우리를 배반하지 않는 법이다.
김화동 < 조폐공사 사장 smart@komsc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