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미국 은행들에 중국 본토에서 투자은행 사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발붙이기 어려웠던 중국시장에 더욱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조치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투자 협정의 일부로 논의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투자은행을 전면 허용하면 골드만삭스나 JP모건 같은 회사들은 중국에서 독자적으로 기업의 상장을 주관하는 등 투자은행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외국 금융회사들이 중국 내에서 현지 파트너와 조인트벤처를 세워 소수지분을 가지게 돼 있으므로 이익을 나눠야 하고 사업에도 제약이 있다.

중국의 외국 투자은행 사업 허용은 미국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고 궁극적으로 모든 외국 은행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월스트리트 은행들은 20년 넘게 중국의 투자은행 시장 진입을 원해왔다.

지난 4일 중투(中投)증권을 167억 위안(약 2조8천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중국판 골드만삭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도 이런 시도의 산물이었다.

CICC는 모건스탠리가 중국의 국영 은행인 중국건설은행과 함께 1995년 설립했으나 모건스탠리는 파트너와 충돌한 후 지분을 팔고 새 파트너를 찾았다.

중국 은행들은 자국 내 투자은행 사업에서 지배력을 굳혔다.

반면 글로벌 은행들은 7조4천800억 달러 규모의 상하이와 선전의 주식시장과 본토의 채권 시장에 제한된 접근을 하고 있다.

컨설팅회사 맥킨지 추산에 따르면 외국 투자은행들은 중국 내 투자은행, 거래, 다른 증권 사업의 시장 점유율이 5%에 못 미친다.

이 같은 문제는 우선 중국 라이벌들이 부상해 매출 순위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당국의 규제 또한 외국 은행들에는 어려움이다.

게다가 외국 투자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사업할 수 없는 한계 역시 사업 확대에 걸림돌이다.

글로벌 은행들은 처음에는 합작회사의 지분율을 3분의 1로 제한받았고 이 비율이 2012년 49%로 높아지기는 했지만 큰 차이가 없다고 많은 은행가는 말한다.

조인트벤처 구조에서는 영업과 자금 이동, 전략 수립 등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외국 은행들의 불평이다.

이들 은행은 직원 수나 대우를 놓고 현지 파트너들과 격하게 부딪혔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은행들은 또 어떤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지를 놓고도 의견이 달랐다.

일부 외국 은행들은 규모가 크고 잘 알려진 기업들을 고객으로 삼고 로컬파트너들이 권하는 작고 낯선 기업들은 피하고 싶어한다고 은행가들은 말했다.

대부분의 조인트벤처는 중국에서 주식 중개 허가를 받지 못했다.

중국의 라이벌들은 주식 중개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데다 소매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해 채권과 기업공개 사업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많은 서방의 투자은행들은 파트너십을 재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은행들이 중국에서 자체 영업을 할 수 있게 되더라도 다수의 막강한 현지 라이벌과 경쟁해야 한다.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 은행들은 10년 전에는 일본과 호주를 제외한 아시아 투자은행 매출 점유율이 10%에 그쳤지만 올들어 이 비율은 61%로 높아졌다.

중국 기업들이 자국 은행들과 사업하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미국 은행들은 거액을 투자해왔는데도 점유율이 올해 14%로 2000년의 43%보다 급감했다.

많은 중국 은행들은 자금이 풍부하고 기업 고객과 오랜 관계가 있다.

일부 중국 기업 고객들은 서방의 브랜드 이름을 잘 모를 수 있다고 한 은행가는 말했다.

서방의 은행들은 대규모 국제 투자들을 끌어올 수 있다는 이점을 내세우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