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살생부'에 술렁…청와대 근무경력 숨기는 공무원
2013년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박근혜 정부 조직 개편을 주도한 A씨. 현 정권의 실세 중 한 명으로 통하는 그는 지난해부터 정부 부처의 산하기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A씨를 만나기 위해 고위 공무원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그를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6일 정부 각 부처에 따르면 ‘비선 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국정 곳곳에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공무원들이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씨와 그 측근,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등과 조금이라도 연관된 고위 공무원들이 조만간 대거 교체될 것이란 말과 함께 ‘최순실 살생부’까지 나돌면서 공직사회가 얼어붙었다. 고위 공무원을 중심으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은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다른 부처에서도 장관과 차관, 실·국장급까지 올 연말을 전후해 모두 바뀔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현 정부 들어 각 부처 실·국장급 인사까지 청와대가 수시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어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깜짝 인사로 승진한 사람들을 놓고 비선 실세가 개입한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와 함께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인연을 숨기려는 고위 공무원도 적지 않다. 경북 봉화 출신인 우 전 수석과 동향이거나 인근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병우 사단’으로 오해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고위 공무원들은 침묵하고 있다. 각 부처에서 파견돼 수석비서관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관(1·2급)은 차관급으로 가기 위한 핵심 통로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청와대 비서관을 하다 부처로 복귀해 차관으로 임명된 사례가 적지 않다. 청와대에서 일하다 정부 부처의 차관급으로 임명된 B씨는 “최씨 사태와 관련해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일각에선 ‘잘나가는’ 공무원들을 상대로 근거 없는 비방과 음해가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승진이 상대적으로 빨랐던 공무원들에 대해 ‘최순실 라인’이라거나 ‘우병우 사단’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최순실 사태로 국정이 혼란한 틈을 타 무차별적인 비방과 투서가 난무할까 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