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찢어지는' '자괴감' 등 참담한 심경 쏟아내
10시30분, 짙은 회색 바지 정장 차림의 박근혜 대통령이 브리핑룸으로 들어왔다. 지난달 25일에 이어 열흘 만에 다시 국민 앞에 섰다. 표정은 더 어둡고 무거웠다. 박 대통령은 준비한 담화문을 연단 위에 놓은 뒤 고개를 숙였다. 이어 “최순실 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문을 연 뒤 9분3초간의 발언을 이어갔다. 1차 사과 때 1분40초보다 길었다.
박 대통령은 “저를 믿고 국정을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눈시울은 붉어졌고 목소리는 떨렸다. “무엇으로도 국민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말한 뒤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 도중 “가슴이 아프다” “송구스럽다” “저의 불찰이다. 가슴 깊이 통감한다” “스스로 용서하기 힘들고 서글픈 마음”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라고 참회의 심경을 쏟아냈다. 그러나 안보 위기와 경제 문제를 거론하며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선 안 된다”고 한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다소 결연해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10시39분에 발언을 마치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연단에서 내려온 뒤 취재진에 다가와 “여러분께도 걱정을 많이 끼쳐서 정말 미안한 마음이다. 이만 물러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대통령은 나란히 서 있는 참모진을 한 번 쳐다본 뒤 브리핑룸을 빠져나갔다. 어깨는 처져 있었고,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이날 회견장에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후임으로 임명된 최재경 민정수석이 처음으로 언론 앞에 등장해 취재진의 주목을 받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앞서 “오늘 대통령의 담화는 사과하는 자리인 만큼 질의응답이 없다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