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업계는 올 3분기에 전반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저유가와 원화 강세 효과는 물론 해외 여행객이 늘어나서다. 세계 경기 침체 여파로 많은 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항공사들, 저유가·환율 덕에 '고공행진'
◆역대 최대 영업이익 낸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올 3분기에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대한항공은 올 3분기 잠정 실적(별도 재무제표 기준)을 집계한 결과 매출 3조568억원, 영업이익 4476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25일 공시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4.7% 늘었고 영업이익은 34.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기존 최대였던 2010년 3분기 4165억원을 24분기 만에 경신했다.

당기순이익도 4280억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5103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는 평가다. 더구나 올 3분기엔 그룹 계열사인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약 3900억원의 손실이 반영됐다. 한진해운 자금 지원으로 인한 손실에도 실적은 흔들리지 않았다.

한진해운 손실을 만회한 것은 환율 효과 덕이다. 원화 강세에 따른 외화 환산이익은 6386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저유가 덕분에 유류비를 지난해 3분기보다 1300억원가량 절감했다. 지난해 3분기 배럴당 50달러 안팎이던 국제 유가가 올해는 40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이 밖에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기저 효과로 국제선 여객 수송량도 늘었다.

◆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도 ‘훨훨’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다른 항공사도 대부분 좋은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올 3분기에 지난해 동기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예상됐다.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을 1500억원 안팎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동기와 대비하면 120% 가까이 늘어나는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저유가, 환율 효과 덕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애경그룹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도 올 3분기에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관측됐다. 발표 전이지만 창사 이래 최고 분기 실적을 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기존 최대 영업이익은 2014년 3분기(192억원)였다. 이미 지난 8월에만 2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둬 상반기 전체 이익(162억원)을 훌쩍 넘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저유가, 원화 강세 효과에 단거리 해외여행객이 급증한 덕분이다.

제주항공은 올 7~8월 역대 최고 여객 수송 실적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77만3900명, 8월은 83만4000명을 수송하는 등 2개월간 160만7900명을 수송했다. 지난해 동기(131만8400명)와 비교하면 22% 증가했다. 추석 연휴가 포함된 9월 영업이익도 8월 못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4분기 유가·환율 우려도

요즘 항공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유가와 환율 흐름이다. 4분기는 3분기만큼 좋은 환경을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3분기 실적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유가나 환율 흐름이 4분기 들어서는 달라지고 있다”며 “4분기 이후 실적에 대해선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내년 유가가 53~54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항공업체의 영업이익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12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늘면서 달러화 가치도 오르고 있다. 세계 6개국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최근 99선에 육박하면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