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에 한약국과의 거래 중단을 강요한 약사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91개 주요 제약회사를 상대로 한약국과 거래하지 말 것을 강요한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800만원을 부과했다고 30일 밝혔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은 3000여명의 약사가 회원으로 활동하는 사업자 단체로 2002년 설립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은 지난해 5월부터 두 달여 간 91개 제약회사를 상대로 약품 불매운동을 암시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는 등의 방법으로 한약국과 거래를 중단하도록 강요했다.

유한양행에 공문을 보내 현재 거래 중인 한약사와 언제까지 거래를 중단할 것인지와 앞으로 한약사에 일반의약품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명시해 답변하도록 압박했다. 또 20위권 제약회사를 포함한 90여개 주요 제약회사에도 유사한 내용의 공문을 보내고 “응답에 따라 약사님들은 귀사와의 신뢰관계 유지에 대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유한양행이 34개 한약국과 기존 거래를 중단하는 등 총 10개 제약회사가 한약국과 거래를 중단했다. 약사법은 약국·한약국 등 약국 개설자라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약사법 취지상 한약국은 한방제제가 들어간 일반의약품만 취급하는 것이 옳다고 해석하고 있다.

공정위는 약사단체들의 이 같은 행위는 자신의 영향력을 악용한 것으로 제약회사의 거래처 선택 자유를 제한한 것으로 판단했다. 일부 제약회사가 한약국과의 거래를 중단하면서 한약국과 약국 사이의 경쟁이 차단되고 소비자의 후생도 저하됐다고 봤다. 공정위는 지난 23일 의료기기업체와 진단검사기관에 한의사와 거래하지 말 것을 강요한 대한의사협회, 전국의사총연합, 대한의원협회에도 총 11억3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