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어제 임시주총에서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이재용 시대의 개막이다. 이날 권오현 이사회 의장(삼성전자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대외협력을 강화하고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를 활용해 M&A와 신규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긍정적이다. 이날 3분기 실적 악화 발표에도 삼성전자 주식은 0.4% 올랐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 2년 반 동안 삼성의 실질적인 경영자 역할을 해왔다. 이 부회장은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데 이미 충분한 실력을 보여줬다. 화학분야 등을 과감하게 매각했고 복사기사업도 HP에 팔았다. 루프페이 등 필요한 기업들은 M&A를 통해 전략적 가치를 올렸다. 기업 리스크에 대한 발빠른 대응도 눈에 띈다. 자동차 IT분야나 바이오산업 진출도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이재용 시대’는 지금부터다. 수많은 난관이 놓여 있다. 당장 갤럭시노트7 리콜과 단종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삼성전자 분할과 주주배당 강화 요구에도 대처해야 한다. 사업 재편이나 위계적인 조직 체제의 혁신도 추진해야 한다. AI(인공지능)나 IoT(사물인터넷) 등 21세기 산업 전쟁을 치러야 한다. 어쩌면 이 부회장이 떠안아야 할 고민들은 고스란히 우리 사회의 주제이기도 하다.

삼성에는 ‘삼성 DNA’가 존재한다. ‘성공을 곧 위기’로 재인식하는 좋은 유전자다. ‘자식만 빼놓고 다 바꿔보자’는 프랑크푸르트 선언도, 품질불량을 이유로 휴대폰 애니콜 15만대를 불태운 것도 이 같은 위기 DNA의 발로다. 편집증적 1등 정신이나 스피드 경영도 이 DNA가 낳은 결과다.

이재용의 삼성은 물론 많이 바뀔 것이다. 아니 바뀌어야 한다. 조직도 진화해갈 것이다. 삼성의 진화에는 사회의 협력도 필요하다. 외부의 과도한 관심이나 간섭, 훈수는 삼성의 경영을 어리석은 평준화로 몰아가게 된다. 그 점 때문에 삼성은 ‘바보들의 간섭’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속도감 있는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가야 한다. 이는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운명이다.